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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북한 정권 변화가 장기 목표…개성공단 중단 옳은 결정"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사진=연합뉴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시키기 위한 협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북한 체제를 약화시켜 정권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궁극적 목표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핵무장 논리는 역내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등 미국과의 방어 협력을 강화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레드라인 (금지선)이 진작에 확산 방지 쪽으로 완전히 밀린 것 아닙니까?

세이모어) 명백한 레드라인은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선을 너무 정밀하게 긋지 않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핵무기 수출이 레드라인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로 운반하려 한다면 미국과 관련국들은 군사력을 투입해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도 당연히 레드라인 입니다.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핵 공격 한다면 미국은 보복 공격에 나서 북한 정부를 파괴할 겁니다.

기자) 북한을 당장 비핵화하기 어려운 만큼 북한이 핵무기를 더 이상 제조하지 않고 핵무기 성능을 강화하지 않으며 외부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그런 의견을 제시했고요. 여기 동의하시는지요?

세이모어) 모두 중요한 목표이지만 단기적으로 우린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만들거나 핵무기 성능을 개선하지 못하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북한의 핵 시설이나 연구 시설 등을 파괴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한반도에서의 충돌을 감수해야 하니까요.

기자) 현실적이고 실용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이군요.

세이모어) 현실적 목표가 아닙니다. 북한은 당분간 추가 핵실험 등을 통해 핵 역량을 강화할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북한이 이웃나라들을 위협하는 걸 막고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방어 역량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론 북한 정권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교육, 경제, 문화 교류 등을 통해 북한 체제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건데, 세대에 걸친 오랜 과정이 될 겁니다.

기자) 북한 정권의 변화라는 게 정권의 붕괴를 포함하는 겁니까?

세이모어) 붕괴 혹은 변형의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저는 미국의 냉전 시절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 십 년에 걸쳐 옛 소련 젊은이들이 바깥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함으로써 소련 정부의 이념적 정당성을 약화시켜 결국 국가를 붕괴시켰으니까요. 북한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장기적으론 서방, 한국, 일본, 중국과의 오랜 개방과 교류가 북한 정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그렇게 하려면 북한과의 관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제안으로 들리는데요.

세이모어) 장기적으론 그런 방법을 통해 북한 정권의 변화나 붕괴를 노리는 겁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해외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고, 미국과 한국, 일본의 미사일 방어 역량을 강화해 북한 핵 위협을 관리하자는 거고요.

기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 대북 제재나 경제 압박 조치는 어떤 게 남아 있습니까?

세이모어) 중국이 광범위한 대북 경제 제재를 막고 있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선별적 제재에는 협조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킬 순 없어도 그 속도를 늦추고 제한하는데 영향을 줄 겁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관련 장비와 부품, 물질 등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죠.

기자) 북한과의 “영구적” 합의는 불가능하지만 협상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신 걸로 압니다. 여전히 대화가 필요합니까?

세이모어) 그렇다고 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차기 행정부는 적어도 제한적이나마 북한과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요. 물론 오바마 행정부도 그런 합의를 했지만 2012년 김정은이 위성 발사 명령을 내리면서 깨져버리고 말았지요. 따라서 (북한과의) 다음 합의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외교 역시 해법이 아닙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동결하거나 제한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기자)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핵 보유국임을 자처하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어떤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세이모어) 한국은 다행히 핵 능력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한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미-한 동맹이 없다면 한국도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방어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동맹을 체결한 한국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하지만 현재 한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국들 간 충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고려하면서 그런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한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십니까?

세이모어)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야말로 북한에 대한 타당한 대응책 중 하나이니까요. 한국 일부 진영에서 주장하는 핵무장 논리와 그들의 우려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그들 관점에서 주의 깊게 판단해 본다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국가를 방어하는데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겁니다.

기자) 반대로 한국이 핵무장 쪽으로 움직인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세이모어)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고 핵무장에 나선다면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 엄청난 부담을 안길 겁니다. 게다가 일본 역시 핵 개발에 나설 것이고요. 따라서 한국은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 보유 상황을 원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 북한, 한국, 일본이 다 핵 보유국이 된다면 지역 전체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요.

기자) 하지만 한국의 핵무장 논리 자체가 중국의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게 만드는 효과적 수단이 되진 않겠습니까?

세이모어) 물론 중국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원치 않겠죠. 따라서 한국의 핵무장 위협이 어느 정도 중국에 대한 압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압박이 중국으로 하여금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을 비핵화할 만큼 충분치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경제적 지렛대를 적용할 경우 북한에서 발생할 불안정 상황을 감수할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기자) 중국의 그런 수사가 사실일까요? 중국으로선 북한 핵과 미사일 시험이 중국의 중재 역할과 영향력을 높여준다고 판단해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세이모어) 무슨 질문인지 이해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때마다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군사력을 전개하고 한국,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이 반대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할 기회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모든 걸 감안할 때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반기지 않습니다. 다만 그걸 막기 위해 심각한 경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 뿐이죠.

기자)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동의하십니까?

세이모어) 그렇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은 제재로 북한을 벌 줘야 하는 단기 목적과 북한 내부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장기 목적 간 긴장을 일으키는 문제입니다. 모든 걸 고려할 때 개성공단은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좋은 수단이지만 동시에 북한 정부를 돕는 창구인 것도 사실인 만큼 한국 정부가 지금은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 미 재무부가 지난달 북한과 80t짜리 로켓 추진체 개발에 협력한 이란인들을 제재했습니다. 백악관 재직 시 혹은 그 이후에라도 북한과 이란 간 핵 협력 증거를 접하신 적이 있습니까?

세이모어) 오랫동안 그런 소문이 있었지만 명백한 증거를 본 적은 없습니다. 두 나라의 핵 활동을 보면 핵 물질과 무기 제조에 있어 북한이 이란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만약 두 나라 간 협력이 있었다면 북한이 기술을 제공하고 이란은 자금을 지원했을 텐데 전 그런 증거를 전혀 못 봤습니다.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협력은 수 십 년에 걸쳐 이뤄져 왔지만 핵 협력을 보여줄 설득력 있는 증거는 접한 적이 없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으로부터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진단과 중장기적 대응책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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