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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공연 록밴드 라이바흐 '북한 관객들 인상 깊어'


지난 19일 북한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슬로베니아 록밴드 '라이바흐'(Laibach)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9일 북한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슬로베니아 록밴드 '라이바흐'(Laibach)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방 대중음악 악단으로는 처음으로 최근 평양에서 공연한 슬로베니아의 록 밴드가 음악전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객들의 반응 등에 대해 밝혔습니다. 라이바흐는 북한 주민들이 예의가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슬로베니아 록 밴드 라이바흐가 지난 19일과 20일 평양 봉화예술극장과 금성학원에서 각각 공연했습니다.

서방 대중음악 악단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공연한 라이바흐는 25일 미국의 유명 음악전문지인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공연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고 밝혔습니다.

라이바흐의 이보 살리거 씨는 악단을 대표해 인터뷰하면서 “평양에서 처음으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며 “라이바흐는 결성된 이래 전체주의를 다뤄왔기 때문에 북한 방문은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 공연과 관련해 살리거 씨는 북한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노래들을 주로 편곡해 연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도레미’라는 노래가 연주될 때 머리를 까딱거렸다고 전했습니다.

살리거 씨는 북한 관객 중 나이가 지긋한 남성이 공연 뒤 “이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다는 것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고 단원들에게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살리거 씨는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연주하는 것과 같은 음악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듯 했다며, 그래도 예의 바르게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공연이 완전히 끝났을 때는 기립박수를 쳤다고 전했습니다.

라이바흐는 당초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 북한 노래도 세 곡 준비했지만, 원곡에서 너무 다르게 편곡돼 모두 공연 금지되고 ‘아리랑’만 연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살리거 씨는 북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일반 북한 주민들을 꼽았습니다.

살리거 씨는 북한 주민들은 나라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임에 틀림이 없다며, 서양의 특징인 냉소, 빈정댐, 역설, 저속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라이바흐 단원들을 최고로 존중하고,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했다는 것입니다.

살리거 씨는 북한은 가난하고 고립됐으며 매우 억압적인 정치체제이지만 주민들은 환상적이고, 소중한 지혜를 갖고 있는 듯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 맥주가 아주 훌륭하며,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살리거 씨는 이어 북한에 대해 좋지 않았던 점으로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다닐 수 없었던 사실을 꼽았습니다.

라이바흐는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록 밴드로 공연 때 군복을 입고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를 연상케 하는 영상을 상영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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