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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르포: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 2.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열악한 생활환경


카타르 움 살랄 모하메드의 북한 근로자 숙소. 사진 제공: 이종설.
카타르 움 살랄 모하메드의 북한 근로자 숙소. 사진 제공: 이종설.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중동 등 전세계 16개 나라에 약 5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한국의 한 민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노예노동'으로 표현할 정도로 극히 열악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상황입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임금의 상당 부분을 당국에 상납하고 있다는 겁니다. `VOA'는 최근 중동 카타르를 방문해 현지에서 일하는 3천여 북한 노동자들의 현황과 실태를 직접 살펴봤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보내드리는 현지 기획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숙소와 식사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도하에서 취재했습니다.

[오디오 듣기] <현지르포: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 2.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열악한 생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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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다섯 시.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서쪽으로 12 km 떨어진 알 세일리야.

200미터 반경으로 주변에 아무 건물도 없는 공터에 임시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기자는 북한 노동자들이 이 임시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방문했습니다.

[효과음] 자동차 소리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소형 승합차들이 전조등을 밝힌 채 줄줄이 지나갑니다. 어림잡아 15대.

새벽 6시 공사 시작 시간에 맞춰 각자의 일터로 떠나는 것입니다.

떠나는 노동자들을 뒤로 하고 둘러본 숙소. 벽도 지붕도 양철로 만들어진 간이 숙소들이 성냥갑처럼 줄지어 있습니다. 주변 길은 전혀 닦이지 않아 신발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나고,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카타르 정부가 2010년 실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카타르에서는 7만6천 채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92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필리핀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숙소 인근에서는 방화와 살인 등 강력사건이 종종 일어나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합니다.

카타르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숙소는 기자가 방문한 알 세일리아(Al Sailiya) 외에 알 샤하니야 (Al Shahaniya), 사나야(Sanaiya) 산업지대에 있습니다.

카타르의 한인 건설업자 이종설 씨에 따르면 북한인들의 숙소는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 비해 더욱 열악합니다. 이 씨는 2012년까지 움 살랄 모하메드 (Umm Salal Muhammad) 지역에 자신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갖고 있었고, 삼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북한 노동자 숙소가 있었습니다.

[녹취: 이종설 사장] “ 자기들 자체 숙소니까 더 안 좋죠. 그 사람들 사는 집이요. 합판으로 지었어요 플레이우드. 페인트 칠을 했죠. 굉장히 열악하죠. 지붕은 함석지붕. 합판으로 져서 땅에서 띄어서 전갈 벌레 먼지 들어오니까.”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들은 공사 기간에 맞추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설 씨가 3년 전 이야기를 꺼냅니다.

[녹취: 이종설 사장] “랜드마크 뒤에 학교 짓는데, 인도 사람이 나한테 와서 북한 사람들이 자기네 현장에서 40 명이 일을 하는데. 합판을 깔고 맨땅에 깔고 그 위에서 담요 덮고 위에 비닐 덮고 새벽에 일어나서 거기서 바로 일한데. 목욕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한 달씩 일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도하 시내 건설현장 앞에서 기자와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북한인 노동자도 숙소가 좁아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숙소에 4인용, 6인용, 8인용 방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자 인터뷰는 신변안전을 위해 대독했습니다.)

[녹취: 북한인 노동자] “8 명짜리는 젤 좁아요. AC 켜니까 덥진 않은데 뭐랄까 좁으니까 좀 말째다고요.생활하기. 그런데서 이렇게 생활하니까니.”

그는 식사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북한인 노동자] “밥 같은 거야 까따르에 밥 먹으로 온 사람이 아니니까니. 밥 같은 거는 신경 안 쓰는데 찬거리가 한심하다 말입니다. 너무 한심하니까 먹지 못하겠다 말입니다. 밥은 우선. 내 자체도 한 달에 겨우 식당에서 주는 밥 먹으면 한 숟갈 먹으면 잘 먹겠는데 내가. 반찬이라는 게 지네 한심하니까. 배추 썰어서 삶은 거 볶았다는 식으로..”

카타르 현지의 북한 노동자들은 숙소에서 요리사가 제공하는 북한 식 음식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 간다고 합니다. 지난 2006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빌라를 지었던 에이브 윤 씨입니다.

[녹취: 에이브 윤 사장] “체구가 작아요.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여기서도 그 사람들 하는 거 보니까 평양에서 가져온 거 가지고서 한국 식품을 많이 하고 야채 같은 것도.. 충분하게 안 먹이는 거 같아요.”

열악한 숙소와 부실한 음식보다 북한 노동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구타입니다. 한 북한 노동자는 `VOA'에, 간부들은 구타를 안 하지만 같은 노동자 사이에 구타가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간부들은 없는데 노동자 속에서 그러죠 뭐."

[녹취: 기자] 누가? 반장 이런 사람이?

[녹취: 북한 노동자] “네 반장이. 말 안 들으면 반장이 좀 때린다 말이에요. 때리게 되면 때린다고 말한다고. 사업소에 말하면 반장 잘했어. 이케 된다 말이에요. 실지 따지고 보면 반장이 잘못한 건데 반장이 말하는데 엇어 나간다고.”

북한 노동자들은 직장장 한 사람이 4 명에서 5 명을 관리하면서 수시로 점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설 씨입니다.

[녹취:이종설 사장] “그 더운데 일 좀 안하면 당원들이 높은 사람 나와서 개새끼 욕하면 시멘트 한 포씩 지고서 이십층 삼십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데 그 정도로 열심히 일한데요. 체형이 굉장히 작고 그렇게 쪼그만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잘 하냐라고 한데요. 말을 안들으면 귀국 조치 당하고 처벌 받는다고 여기 외국사람들이 다 알아요.”

가정을 일으키고 목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이역만리 카타르 땅에서 땀 흘리는 북한 노동자들.

중동 지역의 부자 나라라는 카타르에서 그들의 삶은 북한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열악한 숙소와 부실한 식사. 그리고 더욱 감내하기 힘든 건 철저한 감시와 때때로 날아드는 매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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