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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 체험기, 북한 억압성 묘사…학교 측 반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가 지난 10월 출간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의 표지.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5개월 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담았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가 지난 10월 출간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의 표지.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5개월 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담았다.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기록한 미국인 작가의 체험기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대학의 일상, 그리고 학생과 당국자들과의 교류를 상세히 묘사해 북한체제의 통제와 억압성을 간접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책에 담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 씨가 지난 10월 출간한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5개월 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을 담았습니다.

학교에서 매일같이 겪는 극단적 통제를 상세히 묘사해 북한체제 전체의 강압성과 획일성을 간접적으로 고발한 작품입니다.

순박하고 정이 많지만 거짓이 일상화된 학생들, 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폐쇄성, 교실 깊숙이 배어든 억압과 김 씨 일가에 대한 끝없는 우상화, 작가는 사회 전체를 무기력하고 무능력하게 만드는 거대한 독재에 항거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제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인터넷을 모르는 북한 최고의 과학도들이 멍하니 컴퓨터 스크린을 바라보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또 자본주의를 배격하면서 노골적으로 기부와 뇌물을 요구하는 이중성을 목격하면서 평양을 위선과 허위로 가득한 비현실적 도시로 묘사했습니다.

비판의 눈은 북한사회의 모순 뿐아니라 교내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에게도 향합니다.

학교 측이 시청각 교재로 허가한 한 미국영화를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시킨 교수들의 결정이 북한 당국의 검열과 닮아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많은 교수들이 친절하고 헌신적이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들의 실제 신분은 선교사이고 북한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수키 김 씨는 체험기를 출간함으로써 북한 정권과 대학 관계자들을 화나게 만들겠지만, 그들에 대한 미안함 보다 한반도의 미래와 북한의 현실을 깊이 우려하는 작가로서의 의무가 우선이라며 글을 맺었습니다.

드문 경험을 담은 신간에 대해 평양과학기술대학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1일 김 씨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대학에서의 경험을 책으로 쓰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대학 김진경 총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가의 태도와 글, 그리고 거짓말에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 책으로 인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신랄한 질문을 받는 등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지만 북한을 개종시키기 위한 선교사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신문은 또 김 총장 외에 다른 두 명의 교수들이 김 씨에게 책 출간을 만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소개했습니다.

열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온 수키 김 씨는 컬럼비아대학 버나드 칼리지를 졸업한 뒤 지난 2003년 ‘통역사’라는 소설로 미국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뉴욕에 사는 젊은 1.5세 여성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당시 ‘헤밍웨이 문학상’ 후보작에 오르고 ‘경계를 넘어선 펜 문학상’과 ‘구스타프 마이어스 우수도서상’을 받았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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