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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 1. 최근 경제 사정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대화를 마친 '10월8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공장은 일용품을 생산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대화를 마친 '10월8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공장은 일용품을 생산한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 경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가 나아지면서 비공식적인 시장 활동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외자 유치도 실적이 저조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의 변화상을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최근 북한 경제 사정’ 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2011년 0.8%, 2012년 1.3%에 이어 지난해에는 1.1%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의 마이너스 성장률, 그러니까 경제가 전년에 비해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쳤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북한의 농산물과 광물자원 생산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입니다.

[녹취: 한국은행 관계자] “북한의 경우 농림, 어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4%인 반면 한국은 2.3%입니다. 광업도 북한은 비중이 13.6%이고 한국은 0.2% 밖에 안됩니다. 특히 지난해 날씨가 양호하고 태풍이나 병충해가 없어 농업 생산이 늘어났고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자원 생산을 많이 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어 왔던 북한에서 농산물 생산이 늘었다는 사실은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전보다 사정이 나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연간 4백만 t 수준에 불과하던 북한의 식량생산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식량계획 (WFP)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503만t으로 나타났고, 특히 쌀은 11%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식량 부족분도 2011년 1백만t에서 지난해에는 50만t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전반적인 식량 생산이 늘면서 일반 주민들의 식량 사정도 나아졌습니다. 한국 민간연구소 GS&J의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 “평양에 있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장을 통해서 식량을 조달하기 때문에 식량을 구입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쌀 가격은 지난해 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던 쌀 가격 폭등세가 진정되고 있는 겁니다. 이는 그만큼 주민들이 식량 이외의 다른 물건들을 구입할 여유가 생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농업 부문이 북한 경제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비해 경공업과 화학, 전력 부문은 소폭 성장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연구원 이석기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석기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2.8 비날론 연합기업소를 비롯한 화학공장에서 경공업 원부자재 생산이 다소 늘어난 것 같구요. 두 번째로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식품가공과 섬유류를 중심으로 투자와 생산 성과 보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순 없으나, 그 부문에 성과가 있다고 보는 게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사실도 북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전년보다 7.8% 증가한 73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특히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철광석과 무연탄 등 광물자원을 집중적으로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광물자원 생산을 크게 늘린 사실과 관련이 있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으로부터 전기와 수송기기, 곡물 등의 수입도 늘었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 경제에서 대외교역은 외부 공급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에 수요에 비해서 부족한 공급 부문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전문가들은 비공식 부문인 시장, 즉 장마당이 북한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마당을 통한 경제 활동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들도 이 같은 변화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한기호 씨는 탈북자 1백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를 기점으로 북한 내에서 장마당 활동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장마당 상인들과 거래 물품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기호 씨입니다.

[녹취: 한기호] “배급 재개가 되어도 시장 활동을 부업으로 유지하거나 배급과 관계없이 계속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7 명, 전체의 82.5%에 달했습니다. 반면 배급 재개 시 시장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단 1 명에 불과했구요.”

사정이 이런 만큼 북한의 공식 경제 부문만을 반영하는 경제성장률 추정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3년 간 기록한 1% 안팎의 경제성장률은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는 의미를 갖기 어렵지만, 비공식 부문인 장마당 활동까지 반영한다면 북한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마당의 거래, 지역과 지역 사이의 물건 유통을 통해서 생겨나는 부가가치, 그런 것들은 공식 경제 부문에서 안 잡히는 부분이죠.”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 이후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묵인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 경제에서 시장의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의 변화상을 알아보는 기획보도, 내일은 ‘북한 경제 분석’편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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