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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주재 브라질대사 "북한, 주민 인터넷 접속 차단 나서"


지난 4월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2번째 생일을 맞아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참배했다. (자료사진)
지난 4월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2번째 생일을 맞아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참배했다. (자료사진)

평양주재 외국 공관들의 무선인터넷망 사용을 제한한 북한 당국의 조치는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의 브라질대사가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양의 외국 대사관들이 북한의 무선인터넷망 제한 정황을 속속 밝히고 있습니다.

호베르투 콜린 북한주재 브라질대사는 1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지난달 20일과 이달 4일 무선인터넷망 사용과 관련한 회람통지문을 받았다고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8월13일자 통지문에서 “불법으로 설치된 무선통신망 신호가 (공관)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고 콜린 대사는 전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의 목적은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막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고 콜린 대사는 전했습니다.

콜린 대사는 평양의 브라질대사관에는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이 구축돼 있지 않아 북한 당국의 통지에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2층 관저에만 무선통신망이 깔려있고 그나마 신호가 매우 약해 북한 당국에 사용 허가를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평양의 일부 국제 기구들은 직원들이 집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매우 강력한 통신망을 갖추고 있다고 콜린 대사는 밝혔습니다.

평양에 개발협력청 사무소를 두고 있는 스위스 외무부도 10일 ‘VOA’에, 평양주재 외국 공관들과 기구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무선통신망 전원을 끄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치는 북한 법에 이미 명시된 원칙을 되풀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역시 10일 ‘VOA’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같은 통지를 받았다면서, 현지 외국 공관들이 이 문제를 공동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스웨덴 대사관은 무선통신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스웨덴 외무부는 하루 전날까지 북한 측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현지 공관은 통지서 접수 사실을 인정한 겁니다.

앞서 영국 외무부 대변인실은 10일 ‘VOA’에 북한의 무선인터넷 사용 제한 통보를 주목하고 있으며 평양에 주재하는 다른 외교 공관, 국제 기구들과 이 문제를 눈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지 영국대사관이 사용하는 장비 등 기술적 측면은 안보상 이유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평양주재 외국 공관과 국제 기구에 사전허가 없이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망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통보한 사실은 지난 9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공관과 기구들은 사전에 허가를 받고 와이파이망을 구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신망 차단과 함께 무거운 벌금을 물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는 10일 ‘VOA’에 현재 평양의 외국 공관들이 사용하는 통신시설은 지난 2005년 구축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영국대사관의 주도로 북한 당국과 오랜 논의를 거쳐 이에 대한 사용 권리를 얻어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에버라드 전 대사는 그 이후 북한이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선통신 사용은 일반적인 외교관행이며, 이에 제한이 가해질 경우 매우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관련 장비 사용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허가’ 절차를 밟으라는 게 북한 당국의 지침인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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