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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핵무기 소형화 기술 이미 보유"


지난해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전 60주념 기념 군사행진에 등장한 미사일. (자료사진)
지난해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전 60주념 기념 군사행진에 등장한 미사일. (자료사진)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하면서,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우라늄 핵폭탄 실험, 소형화 역량 과시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치적 동기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요. 미국의 권위있는 북 핵 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이 부쩍 증가하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예고는 4차 핵실험이 갖는 특별한 의미와 함께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닉 한센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동시다발 실험 혹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특히 동시다발 실험을 예측한 근거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뚫려있는 두 개의 터널입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두 터널 모두 완공된 것으로 관측돼, 이 시설에서 두 개의 핵 물질을 한꺼번에 터뜨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으로서도 어차피 유엔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면 한 번에 여러 차례 실험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한센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파키스탄도 지난 1998년 이틀 동안 8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해 미사일 장착 핵탄두 개발 시기를 앞당긴 바 있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에서도 굴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추가 실험에 활용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밖에 수직갱도 혹은 대기권을 이용하거나 수소폭탄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기술적 가설일 뿐, 북한의 기술 역량이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박사]

우라늄 혹은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실험할지, 아니면 소형화나 폭발력 등에 초점을 맞출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특정 핵실험 형태를 꼭 집어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능한 시나리오가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갖는 의미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4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 과정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지난 세 차례 핵실험과 다른 차원의 절차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노동, 무수단, KN-08 미사일 등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북한이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이를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려면 최종 단계인 소형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분석입니다.

하지만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오류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1990년대 초 이전에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화 무기를 당연히 염두에 뒀을 것이고, 이미 파키스탄이나 중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갑자기 핵무기 소형화를 실현한다기 보다는 ‘추가 소형화’, 그리고 성능 확인과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박사 역시 핵무기 기술 향상과 관련해 실험 횟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핵실험의 또다른 목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박사]

하이노넨 박사는 인도가 1974년과 1998년 두 차례 핵실험 후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2차 핵실험은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인도가 그 이전에 이미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이 핵폭탄 소형화 등을 위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식의 분석이 반드시 들어맞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박사]

대신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데서 볼 수 있듯이, 순수한 핵 능력 향상 외에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날 것이라는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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