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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마라톤 출전 미국인들 "미지의 여행지 호기심에 참가"


지난해 4월 열린 제26차 평양 마라톤 대회. (자료사진)
지난해 4월 열린 제26차 평양 마라톤 대회. (자료사진)
매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 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최초로 미국인 마라토너들이 참가하게 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들이 평양 시내를 달리고 싶어하는 이유, 백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에드워드 월터스 씨. 세계적 음료회사인 코카콜라의 인도네시아 유통 총국장을 맡아 10년째 머물고 있는 자카르타가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미 서부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섀리 웨버 씨는 팝 가수 셀린 디온의 공연 매니저로 세계 각지를 누볐습니다.

웨버 씨의 남편 짐 앨리슨 씨 역시 중국 상하이에 머물면서 전 세계 유명 음악인들의 공연 기획과 홍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여행이 직업이자 일상이 돼 버린 세 사람의 다음 행선지는 북한.

12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시차를 극복할 시간도 없이 다음 날 평양 시가지를 질주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입니다.

북한이 올해 27번째를 맞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에 처음으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참가를 허용하면서 세 사람 모두 이 대회에서 뛰는 첫 미국인이 됐습니다.

42.195km 풀코스 대회에 지원한 월터스 씨는 그동안 스페인과 호주,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마라톤에 참가해 오다가 지난 해 평양대회에 대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녹취: 에드워드 월터스,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It’s been on my mind ever since I saw the article in newspaper last year and I just wanted to run…”

월터스 씨는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양마라톤을 소개하는 보도를 접한 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큰 흥미를 느껴 주저없이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관련 정보가 없어 미국 뉴저지의 북한 전문여행사 ‘우리 투어스(http://uritours.com)’를 통해 접수 절차를 밟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고 덧붙였습니다.

10km 코스에 도전하는 섀리 웨버 씨는 평양대회가 첫 대회 출전 경험입니다.

[녹취: 섀리 웨버,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I’m just a curious person. To experience another culture and to meet other people…”

지난 해 중국에서 본 북한 관련 기록영화가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방북을 결심했습니다.

웨버 씨는 북한 방문의 잠재적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체류하는 동안 현지 안전 여부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웨버 씨와 나란히 평양마라톤에서 뛰게 될 남편 앨리슨 씨도 마찬가집니다. 다소 긴장되는 여행이지만,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기대가 더 큽니다.

[녹취: 짐 앨리슨,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For me, it’s not about the politics or anything, it is just about exploring, and people are people no matter where they are…”

직업상 끊임없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녀야 하는 동료 중 아무도 북한에 가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방북 결심에 한 몫 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한반도 안보나 정치적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평양마라톤에 출전키로 했지만 주위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월터스 씨는 자신의 방북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드워드 월터스,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The views were absolutely hot or absolutely cold, either said it was the great idea ever or was the craziest…”

대단한 계획이라며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신나간 행동으로 일축하며 만류하는 사람들로 나뉜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동안 늘 함께 뛰었던 아내마저 평양행을 주저해 이번 만큼은 혼자 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월터스 씨는 그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외부에서 볼 수 없었던 이면의 생활상을 발견했던 적이 많다며, 북한에서도 그런 기회를 갖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드워드 월터스,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In 1989, I had actually been offered a teaching job in China…”

특히 톈안먼 사태 직후 중국과 독일 통일 이전 동베를린을 방문했고, 극심한 인종차별정책이 철폐되기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 오히려 문제 국가로 지목된 나라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겁니다.

웨버 씨의 경우 북한의 인권 실태를 지적하며 방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섀리 웨버, 평양 마라톤 참가 미국인] “Only a very few people, you know, questioned the reason I was going and they are more political…”

하지만 웨버 씨는 자신이 미국 유타 주에 들른다고 해서 현지에 남아있는 일부다처제 관습을 지지하는 게 아니듯, 방북 역시 인권 문제에 눈감는 행동으로 비난받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월터스 씨는 한반도 통일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 남북한을 잇는 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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