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3 (수요일)

한반도 / 정치·외교·안보

"북한 무상 의료 선전은 허구"

북한 혜주시 병원에 입원한 북한 아동들. (자료사진)
북한 혜주시 병원에 입원한 북한 아동들. (자료사진)
김영권
북한은 최근 무상 의료치료 시행 60주년을 맞아 이 제도가 매우 우수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북한의 무상 의료제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됐다며, 보건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관영 ‘노동신문’을 통해, 무상 치료제가 지난 60년을 수놓았다며 이 제도의 자긍심을 강조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한에서 지난 1953년 전면적인 무상 치료제가 시행된 것을 기념하는 선전글에서, 무상 치료제를 `가장 인민적인 보건제도’라며, 세상이 한결같이 부러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이 전하는 실제 현실은 북한 정권의 주장과는 크게 다릅니다. 지난 해 여름 북한을 탈출한 정모 씨입니다.
 
[녹취: 탈북자 정모 씨] “ 무상이 아니에요. 기리니까니 지금은 병원에 약이 없으니까니 수술은 해 주는데 그 후의 수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약이랑은 모두 자기가 다 사서 대요. 장마당에서. 그러니까니 말은 무상이라고 하지만 무상이 아닌 거죠”
 
당 간부들은 대부분 무상으로 치료를 받지만 일반 주민들은 식량이나 담배 등 뇌물을 가져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북한 의사 출신 탈북 난민 김모 씨는 의사들도 월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물건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담배나 건어물 등을 치료비 대신 받아 장마당에 판 뒤, 식량으로 바꾼다는 겁니다.  
 
탈북자 정모 씨는 중앙에서 내려오는 일부 약품이나 유엔에서 지원하는 약품들이 모두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정모 씨] “시에 보면 의약품 공급소라고 있는데 공급소 사람들도 배급 나오는 게 없으니까 그 약을 갖고 행세질 하지요. 받아 먹고 약도 주고. 그러니까 물물교환이죠. 그러니까 실제 써야 할 사람들에겐 나가는 게 없죠.”
 
국제 민간단체들과 전문가들 역시 이런 상황을 확인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 존스 홉킨스대학의 길버트 번햄 교수는 과거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주민들이 병원에 가려면 무조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번햄 교수] “If you want to go to hospital, you have to pay…”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북한의 의료 상황을 연구, 조사하고 있는 번햄 교수는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집안 물건을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습니다.
 
번햄 교수는 지난 2010년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 주민 3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 퍼센트가 치료를 위해 의사에게 선물을 바쳤다고 말했습니다.
 
또 90 퍼센트 이상이 의료제도에 불만을 토로했고, 99.6 퍼센트는 전기와 물 공급 부족으로 병원 시설이 형편없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옛 소련이 붕괴된 뒤 지원이 끊기면서 1990년대부터 무상 의료제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구 대비 의사 비율은 한국보다 높을 정도로 매우 양호하지만 의료시설이 크게 낙후돼 있고 약품마저 부족해 사실상 의료체제가 마비된 상태라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객원 선임 연구원은 평양의 고위층 등 당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이 누리는 의료 혜택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코헨 연구원] “The elites specially in capital have sure medical care…”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과 의료 문제는 모두 선군정치의 폐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 “The first national priority is military, second priority is military…”

새 지도자 김정은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인민 우선이 아닌 선군정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식량과 의료 등 민생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던햄 교수는 북한 정부가 의료 분야에 비정치적으로 접근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녹취: 번햄 교수] “One is the health workers and building skills, building..
 
번햄 교수는 북한이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해 의료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약품 확보, 의료 시설 확충 등 포괄적인 의료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장기간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