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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북한 인권 조사기구 설치해야"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자료사진)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자료사진)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사를 직접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 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중대하고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위반에 대해 조사 기구(Inquiry mechanism)가 설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2003년 이후 유엔이 결의하고 작성한 60여 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조사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과 대응 방안에 대한 권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조사위원회 설립 주장은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지난 달 처음으로 촉구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과 호주는 이미 이달 말 개막될 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곧 공식 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인 다루스만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유엔의 조사는 피해자들의 증언, 생존자와 목격자, 가해자들의 소재를 규명하며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에 조직적으로 만연된 고문과 강제구금, 강제수용소의 전반적인 인권 유린, 외국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다음 달 다루스만 보고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북한 인권상황 보고회를 열 예정입니다.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과 유엔 조사위원회 설립 전망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에 이어 다루스만 보고관도 북한의 인권 유린에 관한 유엔의 조사를 촉구했는데요, 그 배경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북한의 개탄스런 인권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 조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분석됩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쥴리 리베로 제네바 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리베로 국장] “ I think it confirmed the need for commission of inquiry. The special…”

다루스만 보고관의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겁니다.

리베로 국장은 특히 다루스만 보고관이 반인도 범죄를 직접 언급한 것과, 인권을 유린하는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오랜 행태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조사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기자) 다루스만 보고관은 유엔이 지금까지 지적했던 북한인권 문제를 9개 분야에 걸쳐 자세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민의 식량권, 고문 등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처벌, 강제구금, 정치범 수용소, 성분 차별,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이 그 것입니다. 또 공개처형과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 제한, 강제구금과 외국인 납북자 문제도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제기돼 온 문제들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 2003년 이후 유엔이 채택한 16개 결의안과 2004년 이후 유엔 사무총장과 특별보고관이 제출한 22개 보고서 등 60여 개 자료를 포괄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권 범죄에 관한 신뢰있는 자료들이 충분히 쌓인 만큼 이제 유엔이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이를 조사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제네바의 한 관계자는 ‘VOA’에, 다루스만 보고관이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기 위해 작심하고 보고서를 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다루스만 보고관은 국제 인권단체들이 요구한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 란 표현 대신 ‘조사기구-Inquiry Mechanism’ 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조사를 한다는 큰 틀 안에서 조금씩 유형이 다를 뿐이란 겁니다.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의 제라드 겐서 법률 고문은 ‘VOA’ 에, ‘조사위원회’ 란 표현이 과거 리비아와 시리아 등 전쟁범죄에 주로 적용됐기 때문에 ‘조사기구’ 라는 보다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범죄 조사로 이미지가 굳어있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자칫 이사국들의 지지를 얻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진행자) 이제 관심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 결의를 채택하느냐 여부인데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인권단체들과 제네바 소식통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리베로 제네바 국장은 서방세계에서 조사기구 설립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베로 국장] “One important thing is that there is no opposition. We haven’t had any…”

과거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해 이를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을 취하던 나라들이 있었는데, 현재는 없다는 겁니다. 유럽의 한 소식통은 영국 정부도 비공개적으로 조사위원회 설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지지를 결정할 경우 유럽연합과 일본이 과거처럼 결의안을 제출한 뒤 표결을 통해 채택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관심사는 미국과 한국의 입장인데요.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달 ‘VOA’ 에, 조사위원회 설립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은 유엔의 결의안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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