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3 (목요일)

한반도 / 정치·외교·안보

[연말특집] 3. 남북관계 - 정권 교체기 경색 이어져

지난 10월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남측을 살피는 북한 병사. (자료사진)
지난 10월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남측을 살피는 북한 병사. (자료사진)

멀티미디어

오디오
김환용
2012년은 한반도가 국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습니다. 저희 VOA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 1년과 계속되는 경제난과 미-북 관계 그리고 인권 상황 등을 살펴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세번째 순서로 ‘남북관계’를 서울의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12년 남북한 관계는 새해 초부터 험악한 분위기에서 출발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려는 민간단체의 북한 방문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방침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까지 나서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조선중앙TV]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 민족의 대국상 앞에 저지른 역적패당의 만고 대죄는 끝까지 따라가며 계산할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권력을 넘겨 받게 된 젊은 새 지도자를 의식해 신중하게 북한의 태도 변화와 대화의 필요성을 내비칩니다. 1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특별 국정연설의 한 대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하지만 이 대통령의 연설을 궤변이자, 도발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대결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경색국면에 돌파구가 열리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2월 29일 미국과 북한사이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한 합의 발표는 남북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낳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일 뿐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은 또 다시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아 갔습니다. 북한은 돌연 장거 리 미사일 발사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4월 13일 이를 강행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그때까지 추진해 오던 대북 유연화 정책을 접었습니다.

북한은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4월 11일과 이틀 뒤인 13일 노동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각각 열어 김정은을 당 제1비서 그리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완성된 겁니다.

새 김정은 체제의 출범과 함께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한층 긴장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연구기관 전문가들을 격려하며 북한을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세력이라고 부르고 또 다른 강연에선 북한에 농지개혁과 인권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행동은 서슴없었습니다. 4월 23일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행동소조 명의로 된 통고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보수언론사들에 대한 무력 도발을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중앙TV] “3,4분 아니 그 보다도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불이 번쩍나게 초토화해 버리게 될 것이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이런 북한의 반응은 다분히 새 김정은 체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내부결속용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 “북한 내부적으로 보면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게 1년 동안 김정은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유리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 등 각종 군사훈련을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비난했습니다.

9월 들어선 남북관계에 잠시 미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수해 복구를 지원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모처럼의 당국간 접촉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측이 제시한 지원 품목에 불만을 품고 지원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은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세금 누락분의 200배라는 터무니없는 벌금 규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그나마 정상 운영되고 있는 개성공단에도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북한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북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개입을 시도했습니다.

9월 중순부터 북한 어선들과 경비정이 부쩍 자주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하면서 NLL 문제를 새삼 현안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관영매체들은 한국 보수 여당의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는 선거 개입성 보도에 몰두했습니다. 보도 건수도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보다 무려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한국 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움직임에 대해선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고 존엄을 비방하는 전단 살포에 대해 무력으로 응징하겠다고 위협한 겁니다.

[조선중앙TV] “임진각과 주변에서 사소한 삐라 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서부전선의 경고 없는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다”

결국 살포 계획이 취소되면서 별 탈 없이 일단락 됐지만 처음엔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을 격멸하겠다고 밝혀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9일 박근혜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되자 북한은 박 당선인에 대한 비난 공세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빠른 시일 안에 남북간 경색이 풀리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박 당선인이 당선되기 바로 일주일 전에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쏴 올렸기 때문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던 남북관계 개선을위한 여러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전체적인 남북관계 개선 일정이라든가 전략 자체를 조정하는 상황을 유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새 정권이 들어서고 한국에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일이 겹치면서 올 한 해는 양측 모두 경색된 관계를 돌파하려는 동력 자체가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사일 발사의 충격으로 당분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박 당선인이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해 온 만큼 중장기적으론 당국간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선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