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3 (토요일)

한반도 / 경제

[연말특집] 2. 북한 경제 - 더 빠듯해진 살림

지난 15일 평양에서 버스에 탄 주민들.
지난 15일 평양에서 버스에 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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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2012년은 한반도가 국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습니다. 저희 VOA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 1년을 돌이켜 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번 째 순서로 북한의 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의 올 해 경제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의 진단을 속담으로 풀어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경제에 대한 구호는  요란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고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겁니다. 선군정치와 우상화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경제 행태가 올해에도 계속됐다는 것이죠.

진행자) 연초만 해도 북한 당국이 상당히 야심차게 경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올해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1월에 당 간부들에게 “자본주의 방식 논의에 눈치보지 말라” 고 지시했고4월 15일 열병식 연설에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해 기대를 모았었습니다. 잠시 육성을 들어보시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 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 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6월 “선군정치로 국력이 다져진 조건에서 이제 경제강국의 용마루에 올라서야 한다” 고 밝혀 개혁에 대한 기대를 모았었죠.

진행자) 구호 뿐아니라 실제로 개선 움직임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내부적으로는 협동농장의 분조 단위 축소, 공장과 기업소의 독립채산제와 자율권 확대 등을 담은 6.28 방침이 시범적으로 운영됐습니다. 또 외화벌이 사업을 내각으로 이전하는 조치, 장성택의 중국 방문에 따라 라선과 황금평 특구 관리위원회가 설립됐습니다. 그 밖에 올 상반기 북-중 교역 규모가 25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식량 생산도 작년 보다 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0월 북한에서 식량조사를  실시한 뒤 생산량을 492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었는데,  실질적인 성과는 어떤가요?

기자) 인민의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지적합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장마당 물가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양은 쌀값이 이달 중순을 기준으로 킬로 당 6천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신의주는 7천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초 거래 가격인 2천 5백원과 비교하면 무려 2-3배가 오른 겁니다. 환율도 연초에는 3천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미화 1달러에 8천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실망이 적지 않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주민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죠.

[녹취: 북한 주민] “둘째 며느리 들어와야 맞며느리 무던함을 안다고 김정일이 하고 나니 그래도 김일성이 괜찮은 것 같고. 김정은이 되고 난 것 보니까 도 그게 그거구나. 변화지 않는구나. 이 독재가 변하지 않는 구나. 하는 거죠. 혹시나 김정은이는 외국 물도 먹고 했으니까 혹시나 좀 기대했던 사람들도 아이구 또 물 건너갔네 이렇게 생각하겠죠.”

유엔 식량기구는 올해 식량 문제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외부 지원이 없으면 내년 여름까지 50만 톤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당국의 요란한 선전과 달리 근본적인 개선이 안 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예산이 인민 생활의 개선을 위해 투입된 게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 우상화와 전시 행정에 계속 대거 투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국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두 차례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미화 13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국제시세로 강냉이 450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유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군정치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제기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 보고관] “Slow economic growth coupled with military first policy…”

김정은 정권의 선군정치가 인민의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이 정책 재고를 통해 국고를 주민들의 식량과 보건 등 민생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지 않겠다고 했는데, 실상은 군대에 재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증거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 시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민생 시찰 보다 군대를 가장 많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11월말 현재 142번의 현지 시찰을 했는데 군대가 50차례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 분야는 32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경제 지도는 산업 현장보다 평양의 유희장이나 상점, 식당 방문이 다수 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여름 큰 물 피해 지역은 전혀 방문하지 않았지만 평양의 유희장은 여러 번 방문해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진행자)  결론적으로 민생보다는 권력 강화를 위한 전시 행정에 집중했다는 얘기군요.

기자) 네, 북한 관영 언론의 보도는 그런 현실을 역설적으로 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창전거리의 인민극장, 릉라도의 곱등어관과 물놀이장, 유희장, 미니골프장,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이 세워졌다고 자랑했습니다. 그 밖에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높이 23 미터짜리 김 부자 동상, 영광호텔과 대동강 호텔 신축 공사, 문수 수영장 신축, 대동강 선상 식당, 바닷물을 50 킬로미터 끌어들인 해수 수영장, 10월에 완공된 양각도 체육촌 등 대동강 주변에 전시성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했던 유희장 30 곳도 현재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이와는 별도로 금수산 태양궁전 공사와 김정일 동상 건립  등 우상화 사업에만 1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 말하는 ‘대동강 르네상스’가 바로 이런 공사들을 얘기하는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뭔가를 이뤘다는 성과를 과시해 취약한 체제의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들은 날로 커지고 있는 평양과 지방의 삶의 수준 차이, 빈부 격차, 잦은 동원령, 시시콜콜한 것 까지 간섭하는 간부들의 통제와 뇌물 강요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 소식통은 “인민이 아닌 소수 핵심계층의 허리띠만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수작” 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는 얘긴가요?

기자)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등 전반적인 개혁 조치는 정치구조와 권력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야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이 워낙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 우상화와 보여주기식 선전에 너무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당장 주민들의 삶을 챙길 여유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우선 순위였던 권력 안정을 올해 어느정도 이룬만큼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개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연말 특집방송 오늘은 두 번째로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올 한 해 북한의 경제 분야를 되돌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