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목요일)

한반도 / 정치·외교·안보

미 전문가들 “북한, 버마 사례 외면할 것”

19일 버마를 방문해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사(가운데)와 만난 바락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왼쪽).
19일 버마를 방문해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사(가운데)와 만난 바락 오바마 미 대통령(오른쪽)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왼쪽).
백성원
오바마 대통령의 버마 방문 시기에 맞춰 미국에선 북한이 버마 사례를 따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라는 건데요, 북한이 과연 귀담아 들을까요?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핵무기 대신 평화와 진전을 택하라고 요구한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And here in Rangoon, I want to send a message across Asia: We don't need to be defined by the prisons of the past. We need to look forward to the future…”
 
북한이 버마처럼 민주적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면 민주화와 경제 개발 노력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에 버마가 선택한 길을 제시했습니다.
 
[톰 도닐런 보좌관] “It is an important example for the leadership of North Korea to contemplate…”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고립상태에 있던 버마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선 선례를 북한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런 결정을 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기엔 북한 지도부가 느끼는 안보 위협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입니다.
 
미 해군 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북한에겐 버마 보다 리비아 사례가 더 중요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What North Korea takes more of an example is again what happened to Libya. Yes, we praised Gaddafi but then we weren’t there…”  
 
북한은 리비아의 비핵화와 개혁 움직임이 가다피의 몰락으로 이어졌던 과정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버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북한의 개혁을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시도는 매우 더딘 과정이 될 것으로 고스 국장은 내다 봤습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이 늘 주장하듯이 리비아 같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없애고, 미국의 듣기좋은 말에 이용당해 속아서 그렇게 정책을 펴 나갈 때는 결국에는 당한다, 오히려 그런 교훈을 얻지 않을까 전 그렇게 좀 회의적으로 봅니다.”
 
이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개혁 개방의 길을 제시하고 그 대가를 약속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또다시 같은 메시지를 던진 건 북한이 주변국들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도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차원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진단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버마와 비슷한 길을 밟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 만큼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연구원] “(The) healthier relationship with western international community would likely mean financial benefits…”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으로 북한 재정 상황에 숨통이 트일 수 있으며, 이는 선군정치 포기로 이어져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겁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더 나아가 이를 북한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아시아 경제에 접목될 수 있는 기회로 평가했습니다.
 
또 국제사회로부터의 개발.인도주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리스 전 실장 역시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엔 회의적입니다.
 
역시 핵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I don’t see North Korea wanting to make that trade-off. The issue that I haven’t mentioned so far is their nuclear weapons…”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버마 방식의 개방이 가져다 줄 혜택을 누리려고 핵무기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에 손을 내밀 수 없는 주변국들과 앞으로도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전문가들은 버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와 같은 민주화 운동 지도자가 나올 수 없는 북한의 현실도 북한이 버마가 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스티븐 노퍼 부회장입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부회장] “Certainly there is no Aung San Suu kyi or other opposition elements who are recognizable to validate the process…”
 
반대 목소리가 존재할 수 없는 북한을 버마에 비교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노퍼 부회장은 그러나 북한이 최근까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버마의 변화를 주시할 것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과거 미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데렉 미첼과 같은 인물이 현재 버마 주재 미국대사를 맡고 있는 점도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08년 북한같이 고립된 체제를 다룰 때는 주먹 대신 펼친 손을 내밀어 외교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음해 취임사에선 상대방이 주먹을 펼 의향이 있다면 미국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다시 손을 내밀었습니다.
 
주목되는 건 이제 북한의 손 입니다.
 
VOA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