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4 (수요일)

한반도 / 정치·외교·안보

FAO 군잘 박사 “북, 농민 농산물 판매 허용해야”

작황과 식량안보 조사를 위해 북한에 파견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실사단. (자료사진)
작황과 식량안보 조사를 위해 북한에 파견된 유엔 식량농업기구 실사단. (자료사진)
이연철
북한의 곡물 생산이 2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 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전문가들이 지난 9월 말 부터 10월 초까지 북한의 9개도를 방문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 내용인데요, 이 시간에는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FAO 북한 담당관 키산 군잘 박사와의 인터뷰를 전해 드립니다. 대담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셨는데요, 어떤 근거로 그런 전망이 나온 것인가요?
 
군잘 박사) 북한의 곡물 생산이 증가한 것은 주로 올 가을 10월과 11월의 수확량이 늘어난데 따른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강냉이(옥수수)와 쌀은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확량이 증가했습니다.  비료와 종자 같은 중요한 투입 요소들도 수확량 증가에 한 몫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비료와 종자 같은 것들이 농민들이 필요로 할 때 제 때에 공급됐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봄철의 긴 가뭄과 6월의 홍수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거나, 북한 당국이 그에 따른 여파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기자)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가뭄과 홍수로 올해 곡물 수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실제로는 예상보다 나은 상황이었다는 얘기인가요?
 
군잘 박사)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북한의 가뭄이 봄에 일찍 파종해 4월이나 5월에 수확하는 작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작물들을 지난 해 수확한 곡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수확하는 작물과 내년 봄에 수확하는 곡물을 올해 수확량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에 봄철 가뭄에 따른 극심한 피해는 제외됐습니다.

또한, 북한의 봄철 가뭄이 강냉이(옥수수) 같이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에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북한은 그 여파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강냉이(옥수수)의 경우, 4월 말에 비가 내린 직후에 파종이 됐고, 제대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뭄이 닥친 후에는 사람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밭에 직접 손으로 물을 대는 작업이 진행됐고, 아울러 펌프와 트랙터 등 장비들도 이용되는 등 가뭄이 강냉이 농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여름철 홍수가 가을 철 수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군잘 박사) 올 여름 홍수가 심했지만, 지난 해 홍수 처럼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여름 철 홍수가 연례 행사처럼 발생하고, 올해도 넓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었지만 수확량이 감소한 비율은 매우 적었습니다. 10만 ha에서 약 20% 정도 수확량이 줄었는데요, 아주 심각한 피해는 아니었습니다.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콩 수확이었습니다. 콩은 옥수수 보다 늦게 파종되는데,  그 때가 가뭄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었고, 결국 수확량이 30%나 감소했습니다.    
 
기자)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인가요?
 
군잘 박사) 북한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외부세계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입니다.
 
기자) 보고서를 보면, 곡물 수확 증가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계신가요?
 
군잘 박사)  북한이 내년에 30만t의 식량을 수입한다고 가정해도. 20만t 이상의 식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외부 세계의 지원이 없을 경우, 주민들에게 계획된 배급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배급량은 주민 당 일일 3백50g 으로 줄었습니다. 아주 적은 양입니다. 주민들이 이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그 점이 가장 걱정입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북한 주민들의 필수 단백질과 지방 섭취 부족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자) 이번에 보고서에서 콩이나 생선 같은 단백질 식품 생산을 늘리라고 북한에 조언하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군요?
 
군잘) 배급이 대부분 곡물 위조로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북한 주민들도 주로 곡물만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단백질 식품의 생산은 아주 적은 편입니다.  콩과 생선이  북한 주민들에게 부족한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는 식품인데요,  북한 어린이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영양적인 측면이나 단백질 섭취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 국민들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자) 이번에 북한에서 작황조사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육류 섭취 상황을 살펴보실 기회는 없었나요?
 
군잘 박사) 그런 질문을 하기는 했습니다. 물론 전체 가축 수 외에 다른 통계들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는 육류가 별로 없으며, 국가적인 기념일 같은 때에 한 해 1년에 세 차례 정도 국영 상점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된다는 얘기를 북한 관계자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토끼나 돼지 같은 동물을 기르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육류 소비가 매우 적은 것 같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입수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 보고서에는 내년 봄 북한의 곡물 수확 전망도 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점들이 가장 중요할까요?
  
군잘 박사) 북한이 수확량 측면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봄철 작물의 종자 등 여전히 외부세계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우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내년 봄 북한의 수확량을 48만t에서 50만t 정도로 추산했는데요, 이는 북한이 밀과 보리, 감자 등의 조기 파종 작물의 종자를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면, 국제사회의 긴급 식량 지원 등을 더해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5월과 6월의 춘궁기 때 식량 배급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곡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권고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군잘 박사)  보고서에 포함돼 있는 내용 가운데 하나를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요, 농산품 생산에 관한 정책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농산품을 더 생산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는 뭔가 혜택(인센티브)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농민들이 시장에서 농산품을 팔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북한 당국이 북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품을 수매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부 지역에서 그런 방안을 실험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북한 당국이 그 같은 방향으로 정책적인 변화를 모색하기를 권고합니다.
 
지금까지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최근 발표한 ‘북한 작황과 식량 안보 조사 결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키산 군잘 박사와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