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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대선 개입 노골화


지난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과 만난 박근혜 한국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북한 매체들은 최근 한국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과 만난 박근혜 한국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북한 매체들은 최근 한국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석 달 앞두고 북한이 보수 성향 후보에 대한 비난을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입니다.

오는 12월 치러질 한국 대통령 선거의 주요 후보들이 결정된 가운데 북한의 선거 개입이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대선 후보 비난 수위와 빈도가 이달 들어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난은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박 후보를 비난하는 글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하루 한 두 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많게는 일곱 여덟 건으로 늘었습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말춤을 흉내 낸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박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가수의 몸에다 박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유신체제를 비아냥거리는 ‘유신 스타일’이라는 노랫말도 등장시켰습니다.

박 후보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 발언도 집중적인 공격 대상입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고스란히 넘겨받겠다는 의사 표시로 대결적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대세로 굳어진 때문에 북한이 후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 예측이 어려운 이번 선거에선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막아 보려는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에서 보수정권이 정권을 잡는 데 대해서 일정한 불안감을 느끼고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취지에서 여당 후보에 대한 비판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후 인터넷 매체나 외부 사회의 유행을 활용하는 새로운 선전선동 방식을 이번 대선 개입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번에 나왔던 것처럼 방식에 있어서 남쪽이라든지 외부 사람의 호응도가 높은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의 선거 때면 되풀이하는 이런 선전선동 은 이제 효과가 거의 없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통합진보당 내에서 최근 주체사상파로 알려진 구 당권파가 보인 독선적 행동을 계기로 북한 체제와 이념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염증이 한층 커졌다는 게 한국 정가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의 말입니다.

[녹취: 황태순 정치평론가] “이젠 예전과는 달리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북한의 그와 같은 일들에 대해서 상당 부분 학습효과가 있는 가운데 북한의 선전선동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예전에 비하면 현격하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겠죠.”

이우영 교수는 북한이 한국사회의 변화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선전선동 부서가 실적 올리기 용으로 효과도 없는 일을 반복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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