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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 경제 특구] 1. 특구 활성화로 경제 회생 모색


14일 베이징에서 경제 개발 협력에 합의한 후 악수하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14일 베이징에서 경제 개발 협력에 합의한 후 악수하는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경제 회생을 위해 경제특구를 활성화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희 VOA 방송은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북한 경제특구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과정과 현황을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2009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라선시를 방문했습니다. 라선시가 1991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18년 만의 첫 방문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라선을 제조업과 관광, 그리고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무역 화물 수송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철도와 해상 운수 부문에서 운반 대책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곧바로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고,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투자자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개정하는 등 한 때 시도했다 실패한 라선특구 개발에 다시 나섰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어 2010년 5월 베이징 방문 중 라선특구와 함께 황금평 위화도 특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중국 지도자들과 합의했습니다.

동북3성의 경제개발을 위해 동해로 나가는 출로가 필요한 중국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가 절실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이어 1년 뒤인 지난 해 6월에는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의 천더밍 상무부장 등 양측 고위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두 경제특구의 착공식이 잇따라 거행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와 라선 경제무역지대 조-중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 대상 착공식들이 8일과 9일에 진행됐습니다.”

이후 라선특구에서는 도로 보수 등 사회기반시설이 하나 둘씩 정비가 되는 일부 성과가 나타났지만, 황금평 위화도 특구는 착공식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IBK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기대치가 서로 다른 것이 특구 개발이 부진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중국이 황금평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이고요, 단지 중국이 필요로 한 동해로 나가는 출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거든요. 그에 대한 투자는 중국이 하지만 그렇지 않고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산업단지 조성이라든지 라진항 4, 5, 6 호 부두에 대해서는 중국이 다소 소극적이고요, 그러니까 중국과 북한이 기대하는 눈높이가 서로 다른 거죠.”

워싱턴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 고문은 라선특구에 비해 황금평 위화도 특구 개발이 저조했던 것은 기반시설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I think the other zone in Dandong…"

중국과 북한 가운데 누가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담당할 지 정해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특구 개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무역지대 개발과 관련해 합영 합작 확대, 외국과의 경제기술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에서도 경제특구 개발에 중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정권에서 최고 실세로 꼽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달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라선과 황금평 위화도 특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두 경제지대 공동 개발 및 공동 관리에 관한 역사적 합의를 상호 이익에 부합되게 변함없이 관철해 나가는 것이 전통적인 조-중 친선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해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최근 라선에서는 라선국제상업무역중심과 살림집, 도로 같은 대규모 건설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아울러 라진에서 원정리에 이르는 도로는 공사가 거의 끝나 이동시간이 3분의 1로 단축됐고, 러시아 하싼과 라진항 사이의 철도도 완공단계로, 10월부터는 열차가 달리게 됩니다.

[녹취: APTN] "It’s a unusual sight in North Korea…."
미국의 `AP통신’은 최근 현지 취재를 통해 라선은 북한의 다른 도시들과는 전혀 다르다며, 북한이 이 지역을 국제무역과 관광, 수송의 중심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영남 라선시인민위원회] “라선경제무역지대의 기본 개발전략은 지대를 국제적인 중계수송, 무역, 투자, 금융, 관광 봉사지구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도 중국 곳곳에서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입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두 경제특구의 개발이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개발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본원칙에 맞춰서 여러 가지 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이라든가 투자 유치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죠.”

중국 측도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라선경제무역지대 관리위원회의 중국 측 관계자들은 지난 9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라선이 앞으로 중국의 첫 번째 경제특구로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광둥성의 선전시 같은 곳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지영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라선특구와 황금평 위화도 특구는 북한과 중국이 공동개발 공동관리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녹취: 최지영 한국은행] “북한으로서는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신의주 특구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고, 중국으로서는 이런 공동개발 공동관리 방식이 동북3성 지역과 북한 특구를 연계하는데 유용하다는 측면에서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봅니다.”

투자 유치에서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대기업인 야타이그룹이 상장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과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북한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려면 경제특구에서 기업들이 안전하게 활동하면서 투자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VOA News 이연철입니다.

북한 경제특구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는 기획보도, 내일은 앞으로의 전망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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