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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구글 방북단 득보다 실이 많아"


10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과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10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과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국의 전문가들은 구글 회장의 방북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3박4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친 빌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북한에 미사일과 핵 실험 중단 그리고 인터넷 개방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굳이 평양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라는 겁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은 실패가 예견된 방북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리스 총장] “It appears that nothing was gained, again except for some stories that these gentlemen can tell their friends at the cocktail parties when they get back…”

파티 석상에나 어울릴 흥미로운 얘깃거리만 가져왔을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시키지도 못했고, 북한 정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리스 총장은 앞서 지난 7일에도 VOA에 이번 방북이 “이기적인 관광(egocentric tourism)”일 뿐이라고 혹평한 바 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방북으로 미국 정부 입지만 좁아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이제 한달도 안됐는데 이런 식으로 전직 고위 관료하고 유명한 기업인이 방북을 한다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을 제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방북 시기의 부적절함을 거듭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폐쇄적인 북한을 방문한 상징성이 현실성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슈미트 회장도 북한에 휴대폰이나 인터넷에 대해서 많이 정보를 얻었고 개방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하는데 북한이 뭐 특정 개인이나 정부 조언을 받아들이는 그런 체제가 아니니까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브루킹스 연구소 윤 선 연구원도 북한이 인터넷 문제를 논의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윤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도 마찰을 빚어온 구글이 북한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 선 연구원] “It’s like in China, well, people say or government say that we have freedom in terms of our internet here but in reality, people don’t…”

북한까지 가서 뭔가를 촉구하는 것과 북한의 실질적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별개인만큼, 이번 방북의 성과에 회의적이라고도 했습니다.

방북단이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 씨 석방에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은 더욱 거셉니다.

앞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북한 당국이 배씨에게 아들의 편지를 전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런 절차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문제없이 이뤄져 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96년 북한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헌지커 등 다수의 미국인 억류 사건을 직접 다뤘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전 과장] “In the past when we had incarcerated Americans, they’ve been received message and letters through the Swedish Embassy…”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스웨덴 대사관의 역할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면서,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성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비판입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다만 슈미트 구글 회장이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도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억류 미국인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억류된 분의 아들로부터 편지를 가지고 와서 리처드슨이 전달을 했다, 그것은 뭐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예를들어 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서라도 서신도, 편지도 전달할 수 있고, 그러니까 그렇게 큰 득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반면 이번 방북이 북한의 점진적 변화에 작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역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법과대학 노정호 교수입니다.

[녹취: 노정호 교수] “구글 회장이 상당히 중요한 사람이고, 인터넷 검색 엔진의 대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북한에 가서 인터넷도 개방해야 된다, 그런 어떤 움직임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 자체가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노정호 교수는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방북을 지나치게 정치적 잣대로 잴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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