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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3대 세습과 우상화] 3대 우상화의 걸림돌


2011년 12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추도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운데). (자료사진)
2011년 12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추도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운데). (자료사진)
저희 VOA 방송이 마련한 주간 기획 보도 “3대 세습과 우상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3대 우상화의 걸림돌” 편을 보내드립니다. 서울에서 전영란 기자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처음으로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제정하고, 각 지역의 여성대표들을 평양에 초청해 성대한 행사를 가졌습니다.

북한이 지난 2005년 이후 7년 만에 이렇게 전국어머니대회를 연 것은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해 김 제1위원장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동시에 생모인 고영희를 내세우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는 분석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입니다.

"여성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의도는 겉으로는 내세우고 있지만 굉장히 낮은 것 같고 실제로는 자기 어머니인 고영희를 내세워야 할 텐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람이 재일동포 출신이거든요. 북한 사회에서 재일동포는 지금까지 째포라고 해서 거의 간첩 수준으로 취급을 했거든요. 이게 북한의 가계 우상화를 만들어가는데 아주 취약한 점이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날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쳐서 초석을 깔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의 3대 우상화는 재일교포 출신인 김 제1위원장의 생모를 공개하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북한 우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가계 우상화 측면에서 볼 때 최고 지도자의 생모에 대한 우상화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생모에 대한 우상화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가족 관계는 북한에서 최대 비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질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그런데 북한이 아직 고영희에 대해 활발하게 개인 숭배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김정일 생시에는 다수의 부인을 둔 김정일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고 김정일 사후 최근까지는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공식화 진행을 위해 여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북한은 2011년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 이라는 기록영화를 통해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고영희를 ‘위대한 어머니’ 혹은 ‘조선의 어머니’로 지칭하면서 김정일의 혁명 동지로 묘사했습니다.

또 고영희를 최고지도자의 위대한 모친의 계보에 올렸지만 이름을 비롯한 개인의 이력에 대해서는 일체 밝히지 않았습니다.

간부용으로 만든 이 기록영화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호기심이 높아지면서 이 기록영화는 모습을 감췄다고 합니다.

탈북자 안철남씨입니다.

"이제 북한에서 고영희를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으로 작년에 간부들에게 시사 기록영화로 나오다가 중단됐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쉬쉬하면서도 김정일의 기본 본처가 청산리 여자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적 간부들의 입을 통해서 고영희가 귀국자 출신이고 본처가 아니고 후처다 이런 면에서 나오니까 아마 북한에서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라고 돌리던 기록영화를 지금 안 내보내는 것 같은데 원래 고영희에 대한 선전 사업은 김정은이가 출현하기 전부터 간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있었습니다."

김 제 1위원장은 지난 해 어머니 날을 새로 만들고, 귀화한 일본 여성이 보낸 편지에 이례적으로 친필 답장을 보내고 이 사실을 북한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등 포석을 놓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생모 공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다시 이화여자대학교 김석향 교수입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개를 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을 하는 건 불가능한데 이번에 김정은이 일본에서 북송 남편을 따라온 일본 여성이 보낸 편지에 대해서 친필로 편지를 보낸 게 있잖아요. 그런 편지 같은 작은 움직임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공개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당장 한 달 두 달 사이에 공개를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좀 더 시간을 끌다가 어느 순간 슬쩍 공개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예측인데"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육성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육성 신년사] "당의 두리에 굳게 뭉쳐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인민군 장병과 인민에게 새해의 따뜻한 인사를 드리며..."

육성 신년사 발표뿐 아니라 김 제1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외모와 말투 등을 따라 했습니다. 그 배경에서 3대 우상화의 또 다른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별다른 업적이 없는 김 제1위원장에게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만경대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에 대해 매우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보다는 김일성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에 대한 환상을 크게 가지고 있고 김정은을 보면서 김일성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우상화 선전 작업을 북한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우상화는 당연한 일로 별 거부감이 없을 수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3대째 이어지는 우상화가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광진 선임연구원입니다.

"지금 김정은 경우는 많은 어려운 조건을 안고 있습니다. 지금 10대 20대 고난의 행군 세대죠. 이들에 대한 우상화가 잘 먹히지 않겠죠. 또한 외부 정보 유입이 많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세계 소식 들 이런 정보 유통이 많이 되고 정보 장벽 같은 게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상화 환경이 안 좋고요. 그래서 이것이 지난 시기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될 거고요. 반발도 심할 거고 주민들의 외면도 받을 거고요."

북한은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껏 개인 우상화를 넘어 역사를 날조해가면서까지 가계 우상화까지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 시대에 들어 오면서 북한의 우상화는 생모 고영희 문제와 어린 지도자라는 약점과 함께 외부 정보가 주민들 사이에 깊숙이 파고든 상황에서 우상화를 진행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습니다. 과연 김 제 1위원장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전영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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