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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재선 성공…경합주 승리가 견인차


미국의 주요 뉴스를 알아보는 ‘워싱턴 24시’입니다. 천일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국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민들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아닌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다시 한 번 들어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로써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이자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기록까지 갖게 됐습니다.

진행자) 현재 개표 작업이 얼마나 진행됐나요?

기자)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2시 현재 대부분 주들의 개표가 완료됐습니다. 아직 개표가 진행되는 곳이 더 있기는 하지만,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전국에서 5천971만여 표를 얻어서 50%의 득표율을 보였고요. 롬니 후보는 5천708만 여표로 48%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예상대로 단 2%포인트 차의 박빙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 선거제도의 특성상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수가 관건 아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전국적으로 30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서 과반인 270명을 훨씬 넘었습니다. 반면 롬니 후보는 206명을 확보하는데 그쳤습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초박빙 승부로 전망하고 전국 득표율과 선거인단 확보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그 같은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당선이 확정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나요?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행한 승리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는데요. 정치적 수사를 늘어놓기 보다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I believe we can seize this future together because we are not as…”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를 구분하지 않고, 두 당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가치를 실현하고 큰 성과를 이룰 것이라면서, 미국은 영원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롬니 후보는 곧바로 결과에 승복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선거 참모진과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습니다.

[녹취: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I wish all of them well, but particularly the president, the first…”

롬니 후보는 연설에서 모두가 잘되기를 바라지만 특히 대통령과 영부인, 그 가족이 잘 되길 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때인 만큼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 역시 이른바 경합주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개표가 시작된 시간에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전국 득표율은 물론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도 롬니 후보에게 많게는 3%까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따라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른바 경합주들의 사정은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선거인단 수가 29명으로 가장 많이 걸린 플로리다 주는 물론이고요. 콜로라도와 아이오와, 네바다, 뉴햄프셔, 오하이오, 버지니아, 심지어 공화당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까지 모두 승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오하이오 주가 관심사였는데요,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속설이 올해도 들어맞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득표율이 50%, 롬니 후보가 48%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오하이오 주와 관련해 변수가 될만한 잠정투표자 수도 현재 10만표 이상의 득표율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진행자) 나머지 주요 경합주들의 결과도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경합주들 가운데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곳은 아이오와와 네바다 주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52%, 롬니 후보가 46%로 무려 6%의 격차가 났습니다. 또 롬니 후보가 주지사를 지낸 매사추세츠와 지역적으로 가까운 뉴햄프셔 주 역시 52% 대 47%로, 오바마 대통령이 5% 격차로 승리했고요. 수도권 지역으로 관심을 모은 버지니아도 오바마 대통령이 51%, 롬니 후보가 48%로, 적잖이 차이가 났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당초 투표율이 관건이었는데요. 일단 올해 선거는 60% 수준으로 지난 2008년 투표율보다는 낮지만 지난 40년간 치러진 역대 선거의 투표율보다는 높은 것입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여성들과 흑인, 또 중남미계와 유대계 이민자들이 상대적으로 투표장에 많이 나왔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투표한 유권자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한 여성이 55%, 남성이 43%였습니다. 또 중남미계의 69%, 흑인의 93%가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습니다.

진행자) 막판 변수가 됐던 허리케인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런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초 텔레비전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롬니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뒤지기 시작했는데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여론조사는 표면적 수치보다는 추세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놀랍게도 열흘 전 허리케인 샌디가 동부 지역을 강타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롬니 후보는 꺾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난 상황에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적 시련을 헤쳐 나가는 지도력이 많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롬니 후보의 패인은 뭐로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1차 텔레비전 토론회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만 했어도 롬니 후보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허리케인 이전까지 롬니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지난 9월과 10월의 실업률이 8% 아래로 떨어지고 부동산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경제 회복 조짐이 나타났던 점도 롬니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오바마 진영의 비방 광고에 롬니 후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 부동층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 자신의 공약을 뒤집으며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점 등을 롬니 후보의 패인으로 꼽았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내부나 보수층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근소한 차이로 집권의 꿈이 깨지자 공화당 지도부 안팎에서 자성론이 무성합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통령 선거 경선에 출마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공화당이 그동안 중남미계와 흑인, 아시아계 유색 인종 유권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점을 비판했습니다. 보수파 논객인 조지 윌도 공화당의 실책을 인정하면서 롬니는 이민개혁 법안인 드림법안을 반대했고, 이런 입장은 이민자들에게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해 온 유권자들의 환호의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7일 새벽 백악관 앞에서는 수 천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축하 잔치를 열었고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도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이밖에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갔던 뉴욕 시내 광장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반기는 시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에 반대해 온 상당수 유권자들은 이전 4년과 큰 변화가 없다면 미국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다 나은 국정운영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과제들은 무엇일까요?

기자) 역시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힘겨운 선거를 치르게 된 요인도 장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업률은 좀 더 끌어내리고 견실한 일자리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물론 국론 통합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미국민의 거의 절반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고요. 특히 집권 1기 과정에서 보여줬던 공화당과의 소통 부재 등 정치적 난맥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보다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거를 통해서 미 연방 의원들도 많이 바뀌었죠.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 분포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33명의 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상원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 시각 현재 민주당 후보 당선자가 21명, 공화당 후보 당선자가 8명입니다. 따라서 51 대 45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상원에서 인디애나 주 등을 새로 확보했고요, 매사추세츠 주의 경우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가 현역인 공화당 스캇 브라운 후보를 물리쳤습니다. 또 버지니아 주에서는 팀 케인 민주당 후보가 조지 앨런 공화당 후보를 제쳤습니다. 이밖에 민주당의 태미 볼드윈 후보는 위스콘신 주에서 공화당의 타미 톰슨 전 주지사를 누르고 공개적인 동성애자로는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진행자) 연방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지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선거에서는 현재 전국에서 231명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반면, 민주당 당선자는 191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의회에서 하원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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