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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떠난 연평도, 그리고 연평 사람들


연평도에서 본 북 옹진반도 해안
연평도에서 본 북 옹진반도 해안

북한의 해안포 공격을 받은 연평도는 현재 주민 대부분이 빠져 나간 가운데 해병대의 경계가 강화된 상태입니다. 섬을 빠져 나온 주민들은 인천 연안부두 인근 임시수용소에서 모여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떠난 연평도와 임시수용소를 도성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6일 아침. 인천 연안부두터미널에 10여명의 연평 주민들이 여객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몸만 급히 피하느라 챙기지 못한 물건들을 가지러 연평도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연평도 주민) “정리하고 나온 게 아니라 옷만 입고 나왔어요, 일하고 있는 도중에 신발도 없이.. 갓난아기도 있는데 옷도 없어서 가지고 나와야 해서”

“약이랑 통장도 챙겨 나올 거예요”

“그냥 지금은 옷 가지러 가요. 옷도 지금 많아봐야 대여섯 벌 정도 그게 전부예요. “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40분 정도. 타고 간 배가 물때가 바뀌기 전에 다시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평도 주민) “20분이라도 좀… 11시 20분이라도 출발하면 여유가 있잖아요. .. ”

연평도로 향하는 승객이 모인 대합실에는 연평 주민들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긴박한 상황 전개를 취재하려는 수 백 명의 외신기자들과 복귀하는 군인들, 비상식량 등 구호품이 함께 여객선에 실렸습니다.

몇 일간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했다는 연평 주민 이강희 씨.

생각하면 할수록 막막하기만 하다는 박영숙 씨,

"참담하죠. 더 이상은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얘기는 못드리겠어요."

여객선에서 만난 연평 주민들은 자신들의 초췌한 모습을 들춰내는 기자들에게 원망 섞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뭐라고 얘기하나. 이렇게 흔들리는데 뭐라고 말해. 할 말이 있나. 그리고 사방이 터지고 불났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우리 옆집에서는 얻어맞아서 터져나갔는데.

인천에서 출발해 2시간 40분 만에 도착한 연평도. 여객선에서는 연평도를 배경으로 뉴스기사를 제작하는 취재진들과 시각을 다투는 연평 주민들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배 선착장 가까이서) 아저씨들.. 그만 찍고 발판 내려오래요. 찍는 것이 문제야.. 비켜주세요. 물러나세요. 그러지마… 물러나세요.

물이 더 빠지기 전에 배가 출발해야 한다는 선원들의 재촉이 이어졌고, 주민들은 달리기를 하듯 부두를 빠져나갔습니다.

26일 현재 연평도에 남아있는 주민은 20여명에 불과합니다. 여객선 매표를 담당하고 있는 주민 송영숙 씨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군무원, 면 직원 가족 뿐이예요."

언제 돌아갈지 기약 없는 고향집을 남기고 오는 연평 사람들에게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세 집은 폭격 맞았는데 정통으로 맞아서 세 집은 폭삭이고 아버지 집은 가운데 있으니까는 한 15%정도 손상됐고. 아버님 집에서 걸어가지고 한 1분 내지 1분 20초면 저희 집이거든요. 거기는 어제 들어가보니깐 한 30% 이렇게 됐더라고요

연평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수용소인 인천항 인근 대형목욕시설은 3300 제곱미터가 되는 비교적 넓은 시설입니다. 갈 곳 업는 600여명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있습니다. 때로는 잠자리로, 가족을 만나는 곳으로, 때로는 큰 소리가 오가는 회의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용소에는 민간 구호단체와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구호물품이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주민도 많았습니다.

"집이 거기 있으니까 돌아가고 싶기는 하죠."

하지만 더 이상 연평도에 살수 없을 것 같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네 연평도는 더 이상 이제는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제 거기가 군사지역이니까 포 쏘는 일이 잦을 거 아니에요. 근데 이제 포 소리만 들어도 놀래가지고 못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는.

언제 수용소를 떠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끝 가진 돈도 없는데…. 그 만약에 이제 여기 나와서 산다면 나라에서 먹고 산다는 거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면 우리들 같은 경우는 여기 나와서 뭐 해먹어요. 해먹을 게 없잖아요. 천상 자식들 있는 데서 그것도 못할 노릇이잖아요.

"대책이 없어요. 아무런 대책이 없어. 어떻게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대책이 없어요. 하늘만 쳐다보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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