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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 한반도] 현실로 나타난 3대 권력세습


2010년 한 해 한반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긴장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남북관계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 핵 문제, 북한의 경제난과 인권 상황 등을 살펴 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의 전면 등장으로 현실화된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을 돌아봅니다.

“조선노동당 창건 65돌에 즈음해 인민군 지휘 성원들의 군사칭호를 다음과 같이 올릴 것을 명령한다, 대장 김경희 김정은 최룡해…”

지난 9월 말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리기 직전,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하고 권력세습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 전에도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설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북한의 대외적인 공식 발표에 김정은의 이름이 포함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튿날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 44년 만에 열린 이 회의도 김정은을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사실상 공식화하는 자리였습니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에 임명됐고, 금수산 궁전에서 찍은 기념사진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한 자리 건너에 앉았습니다. 김정은의 사진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겁니다.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후견 세력들과 같이 금수산을 참배했다는 것은 후계자로서의 신고식이고, 또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후계자 활동의 첫 시작이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북한의 권력구도도 세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편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와 남편 장성택을 비롯한 친족과 최측근들이 당 최고 지도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당 경공업부장에 머물던 김경희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 중앙위원과 정치국 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군부의 권력구도도 바뀌었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이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고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당과 군에서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다지는 핵심 실세로 떠오른 것입니다.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은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였습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석단에 나오셨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처음으로 군 부대의 열병 신고를 받았습니다. 북한의 초청을 받은 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장면을 생중계로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 CNN은 김일성 광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를 직접 연결해 열병식 상황을 전했습니다.

서방 언론사들이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북한 내부를 취재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열병식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취재진 80여 명이 평양에 도착했고, 북한 당국은 외국 취재진이 군사 행진을 근접촬영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축하사절단을 영접함으로써 외교 무대에도 공식 등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김정은을 미화하기 위한 우상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이 태어날 때부터 다방면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고, 특히 군사 부문에 능통한 천재 중의 천재라는 겁니다.

더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은 현지시찰에 김정은을 자주 대동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군 부대를 잇따라 방문해 직접 훈련을 참관했는데, 한국 정보당국은 이를 군부의 사기와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은2년간의 치밀한 물밑준비 끝에 나온 것입니다. 지난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석 달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해 연말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은을 서둘러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듬해 인 2009년 2월 북한은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이른바 ‘백두의 혈통 계승’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당국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 작업에 착수한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그 뒤 북한은 주민들을 상대로 김정은의 등장을 암시하는 ‘발걸음’ 이라는 노래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척척척…발걸음…우리 김대장…이 노래 부르며…앞으로 척척척”

이 밖에도 북한은 주민들을 상대로 청년대장 김 대장을 선전하는 강연회와 대동강변 불꽃놀이, ‘150일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을 띄우기 위한 이 같은 상징조작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은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북한 주민과 간부를 상대로 권력 승계 준비를 마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9월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권력 승계 문제를 설명하고 중국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20대인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화해서 3대 세습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수 십 년에 걸쳐

후계자로서 자리를 굳혀간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너무나 급속도로 세습 과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베넷 박사의 말입니다.

20대의 김정은이 자신보다 50살이나 나이가 많은 군부의 원로들과 당 간부들을 거느리다 보면 세대차이와 경험 부족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장의 말입니다.

김정은이 위기 조장이라는 전형적인 수법을 통해서 미국이나 한국에 대항할 전사로서 후계자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는 겁니다.

중국은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한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김일성 왕조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북한과 대화하는 길 밖에 없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군부가 분열하거나 친족간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권력승계 작업을 서두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후계체제 공식화로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급변사태 유형을 세분화해 ‘개념계획 5029’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의 부상으로 현실로 나타난 북한의 3대 세습. 공산주의 최초의 왕조체제를 수립할지 아니면 정권불안과 급변사태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10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보내 드리는 연말 특집방송, 내일은 세 번째 순서로 `우라늄 농축으로까지 확장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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