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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사무총장, “북한 보건체계에 투자 필요”


북한은 보건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특히 의료 관련 자료 처리를 현대화 해야 한다고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밝혔습니다. 찬 총장은 또 북한에는 영양실조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전 국민에 대한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의료 수준을 높이려면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총장이 말했습니다.

지난 2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찬 사무총장은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전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의료 기반시설과 장비를 개선하고, 적절한 의약품과 물품을 확보하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찬 총장은 특히 북한 의료계에서 자료 처리의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한 진료소에서 의료문서를 직접 살펴봤는데, 아직도 의료문서를 컴퓨터로 취급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기입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찬 총장은 북한에서 평양 김만유병원과 평양산원, 황해북도 중화군 룡산리 인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찬 총장은 “자료 처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현대화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손으로 기입된 문서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찬 총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자료 취급 방법을 개선하면 함께 일하는 국제 협력자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찬 총장은 또 암과 심장병, 뇌졸중 등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질병과 영양 문제, 금연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 영양 문제와 관련, 찬 총장은 자신이 평양에서 직접 목격한 주민들의 신장과 체중은 다른 아시아인들과 비슷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요즘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음식이 풍족해 과식을 하고 비만인구가 늘고 있지만, 평양에서는 비만인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영양실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 스스로도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영양 실조 문제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찬 총장은 북한의 병원을 직접 방문하면서 북한 정부가 특히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영양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찬 총장은 산원에서 저체중 신생아들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보건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고 찬 총장은 평가했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접종률이 90% 이상에 달하고, 결핵 환자들에 대해 WHO 승인 치료법인 DOTS ‘단기 직접 관찰치료’ 보급률이 높으며, 말라리아 재발 억제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찬 총장은 특히 북한이 중앙에서 각 도와 구역 단위로 연결되는 정교한 보건체계가 확립돼 있고, 의사와 간호사가 많은 점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할만한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방문 기간 중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의춘 외무상, 최창식 보건상 등을 만난 찬 총장은 북한 당국자들이 WHO에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찬 총장은 북한이 ‘세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대책기금’ (GFATM)으로부터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는 상당한 금액으로써 북한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자들이 WHO 와 유엔아동기금 UNICEF에 실질적인 사업 집행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찬 총장은 ‘세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대책기금’이 수혜국에 성실한 보고와 제한 없는 현장접근, 재정 문서 검사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 당국은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국제기구들이 요구하는 대로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내로 유입되는 자원들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찬 총장은 덧붙였습니다.

찬 총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북한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게 돼 매우 유익했다며, 북한 당국 역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논의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찬 사무총장은 지난 2001년 그로 할렘 브루트란트 사무총장의 방문 이후 WHO 사무총장으로는 9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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