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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참정권 인정 90주년

  • 김연호

미국에서 여성들의 참정권이 인정된 지 90년이 됐습니다. 1920년에 수정헌법 19조가 채택됨으로써 여성들의 정치 참여의 길이 열린 건데요, 9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미국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문) 먼저 미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인정한 수정헌법 19조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답) 지난 1920년8월18일에 채택된 미국 수정헌법 19조는 미국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성별에 따라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거부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법률 제정을 통해 이 규정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연방의회의 권한이 수정헌법 19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문)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지만, 1920년 당시만 해도 이런 헌법 규정이 채택되기가 쉽지 않았죠?

답) 그렇습니다. 1918년에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이 헌법 수정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뒤에도 연방 의회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마침 그 해에 중간선거가 있었는데요, 여성 참정권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여성단체들이 대대적으로 낙선운동을 벌이자 의회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듬해인 1919년에 연방 상하원이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1년 넘게 각 주별로 여성의 참정권 문제가 큰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문) 연방의회에서 헌법 수정안이 통과된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헌법 수정안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연방 의회뿐만 아니라 각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모든 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구요, 4분의 3 이상이 승인하면 됩니다. 일리노이 주를 시작으로 수정헌법 19조를 승인한 주가 하나 둘씩 늘기 시작해서 1920년 8월 18일에 테네시 주가 승인함으로써 결국 미국 여성의 참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받게 됐습니다.

문) 그런데 테네시 주의 승인과정에서 유명한 일화가 있다구요?

답) 네, 사실 테네시 주의 승인은 한 표차로 결정이 났습니다. 해리 번즈 의원이 마지막에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번즈 의원이 마음을 바꾼 건 어머니의 편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투표일 바로 전날 받은 어머니의 편지에는 “착한 아들이 돼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그리고 여성 참정권에 찬성표를 던지거라”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문) 여성 참정권이 법적으로 보장되기까지 여성들의 노력이 컸다는 걸 상징하는 일화로 들리네요.

답) 네. 사실 정치적 남녀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됐습니다. 특히1848년 뉴욕 주 세네카 폴스에 열린 집회가 이런 움직임의 중요한 단초가 됐습니다. 이 집회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골자로 하는 ‘여성권리 선언문’이 채택됐는데요, 당시 여권 운동에 앞장섰던 엘리자베스 스탠턴은 참정권 쟁취는 여성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남북전쟁이 끝난 뒤 흑인들이 투표권을 부여 받기 시작하면서 여권 운동가들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문) 여권 운동가들의 활약상이 대단했죠?

답) 네, 당찬 운동가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전 앤서니는 사법 처벌도 마다하지 않은 운동가로 유명합니다. 1872년 대통령 선거 때 그 당시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투표권을 행사한 뒤 당국에 붙잡혔습니다. 재판에 회부된 앤서니는 벌금형을 받았는데요, 끝까지 벌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참정권이 미국 사회의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문) 대법원에서도 여성 참정권이 논란이 됐죠?

답) 네. 여권 운동가들이 여성 참정권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서 법리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1875년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인데요, 당시 재판부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이 여성 참정권과는 관련 없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이 판결이 있은 뒤에는 여권 운동가들이 전략을 바꿔서 정치권 설득에 나섰고 마침내 1920년 수정헌법 19조가 채택된 겁니다.

문) 수정헌법 19조를 통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의 길이 활짝 열리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9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연방 하원의장과 국무장관을 모두 여성이 맡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법관 9명 중에 3명이 여성입니다.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남성들에 비해 높은데요, 지난 1960년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60%를 모두 넘은 반면, 남성 유권자들은 단 한번만 60%를 넘었습니다.

미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인정한 수정헌법 19조 채택 90주년을 맞아 여성 참정권의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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