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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1단계 남북대화 물 건너갔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폭로로 미국이 추진해온 1단계 남북대화는 물 건너갔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밀접촉을 한 것을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할 용의를 밝혔던 만큼 북한과 비밀접촉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양보를 해달라고 ‘애걸’하거나, ‘돈봉투를 내밀었다’는 북측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북한이 비밀접촉 내용을 밝히지 않는 외교 관례를 깨고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미뤄볼 때 관련 내용이 북한의 입맛에 맞게 윤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두 가지 의도에서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남북관계를 파탄 상태로 몰고가 남북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남북대화가 열릴 경우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해야 하는 상황인데, 북측 입장에서는 이 것이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폭로를 통해 스스로 남북대화를 하기 어려운 걸림돌을 조성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이른바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비밀접촉을 폭로 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국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해 한국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 했다는 것입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이번 폭로로 미국이 강조해 온 남북한간 1단계 대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남북대화와 미-북 접촉, 그리고 6자회담 재개라는 3단계 방안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의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함에 따라 2단계와 3단계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는 겁니다.

한편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의 이번 폭로에 직면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심경이 상당히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진전되기는 커녕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방안을 포기하고 2단계나 3단계로 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은 미국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도 설사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의미 있는 회담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당분간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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