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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기침체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 바뀌어


미국 경제 불황의 골이 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특히 최근의 경기 침체는 미국인들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직업도 구하기 힘들고 결혼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미국 경제의 암울한 현주소를 짚어 보겠습니다.

문) 미국 경제의 성적표라고 할까요? 점수가 상당히 안 좋네요. 지난 주만 해도 경기 침체가 끝났다, 이런 공식 발표가 있었는데 말이죠.

답) 그랬죠. 그때는 대공황 이후 미국의 최장기 경기 침체가 지난 해 6월 종료됐다, 전미경제조사국의 이런 발표 내용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사실 이게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냐 하는 논란도 함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러니까 그 ‘현실’에 해당되는 부분을 좀 들여다 볼 텐데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상당히 암울합니다.

문) 그 근거가 되는 자료가 미 인구조사국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인데요. 각 항목 제목만 보면 언뜻 좋은 소식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교통체증이 좀 덜하다더라, 근무시간도 짧아졌다 더라, 이거 사람들이 바라는 바잖아요.

답) 물론 그렇습니다만, 실업률이 높으니 출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고, 따라서 길도 덜 막힌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또 상근직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당연히 전체 근로시간 평균도 짧아질 수 밖에 없구요. 출근시간이 평균 25분씩 줄고 주당 근무시간도 주당 36분 짧아졌다고 하기 때문에 이거 괜찮은 소식 아닌가 하겠지만, 이 모든 게 9.6%에 달하는 실업률이 원인이라는 겁니다.

문) 괜히 좋아할 필요가 없겠네요. 이번 불황은 좀 특이한 게요. 사람들의 호주머니만 비운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허전하게 만들었다고 할까요? 결혼도 그렇게들 안 한다면서요?

답) 그렇다고 합니다. 미 인구조사국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니까요, 25살에서 34살까지 성인 남녀 가운데 결혼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46.3%로 결혼을 한 적이 있는 44.7%를 넘어섰습니다. 이게 별 차이 아닌 것 같지만 미혼자 비율이 기혼자를 넘어선 게 1백 년 만이라고 합니다. 물론 경제 사정이 어려우니까 결혼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구요.

문) 그야말로 경기 침체로 미국인들의 삶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결혼이야 좀 미뤘다 해도 된다고 쳐도 눈 앞에서 당장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겠죠?

답) 먹고 사는 문제니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져서요, 상위 20% 고소득층 미국인이 전체 임금의 49.5%를 가져간다는 거에요. 반면 하위 20% 저소득층은 전체 임금의 불과 3.4%만 받고 있다고 하구요. 빈곤층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미국인의 14.3%가 올해 빈곤층으로 분류됐습니다.

문) 예년과 비교하면요?

답) 지난 해에는 13.6%였으니까 1년 사이에0.7%포인트 높아진 거죠. 1968년 기록을 보니까 7.69%가 빈곤층이더라구요. 그러니까 40년 동안 빈곤층이 거의 2 배 늘어난 셈입니다. 굳이 빈민층이 아니더라도 1년에 5만 달러 정도 버는 가정의 소득도 지난 해 대폭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초고소득층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1년에 18만 달러 이상 버는, 그러니까 미국민의 5%에 해당되는 계층은 소득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문)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젊은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답) 바로 그렇습니다. 지난 해 빈곤층으로 밀려난 미국인들을 분류해 보니까 18살에서 34살 사이의 비숙련공의 경우가 가장 많더라는 겁니다. 결국 이들이 갈 곳이 어디겠습니까? 부모 집에 얹혀 살거나 친구나 애인과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 그래서 늘고 있다는 겁니다. (가족 간의 따뜻한 정, 뭐 이런 건 아니군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죠.

문) 그래서 주택도 매매가 별로 없고 그런가 봅니다.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니 말이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주머니 사정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답) 예. 그런 이유 때문에 주택 소유자 비율이 3년 연속 하락세입니다. 2006년에 67.3% 수준이었는데 지난 해 65.9%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 모든 경제 지표가 서로 연결돼 있어서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군요.

답) 미국경제의 그늘을 일일이 다 꼽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에 ‘푸드 스탬프’라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빈곤가정에 제공하는 일종의 식품배급표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의존하는 가정이 사상 최대로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해 1천1백70만 명이 푸드 스탬프로 연명했다고 하는데요. 1년 사이에 2백 만 명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미국인 10명 중 1명은 식품 구입을 위해 정부 보조가 필요한 형편이란 얘기입니다.

문) 경기 침체 때문에 직업 구하기도 힘들고, 결혼도 못하고, 부모에게서 독립도 못하고, 거기다 먹는 문제까지 정부에 손을 벌려야 한다, 오늘 미국경제의 너무 암울한 현실만 들춰본 거 같은데요?

답)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런 비관적인 경제 상황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꾸 공개돼서요, 경기 침체에 피해를 직접 입고 있는 바로 그 계층의 표심이 이번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될 거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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