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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농무부 공직자 인종차별 논란


미국에서는 최근 흑인으로 농무부 고위직에 있던 인사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사퇴한 사건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지 조은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오해를 받고 이번 주 초에 사임한 사람이 연방 농무부의 조지아 주 농촌개발국장인 셜리 셔러드 씨죠?

답) 그렇습니다. 흑인 여성인 셜리 셔러드 씨는 올해 3월 조지아 주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 NAACP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셔러드 씨의 연설 중 일부가 발췌돼 지난 주에 보수성향 웹사이트에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셔러드 씨는 24년 전 비영리단체 소속으로 흑인 농부들을 도왔었는데요. 이때 파산 위기에 몰려 셔러드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농부들 중에 백인이 있었는데, 그가 흑인이 아니고 백인이었기 때문에 선뜻 도와주지 못했다고 말한 부분이 공개된 겁니다.

문)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은 매우 예민한 문제인데, 고위 공무원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 같이 말해서 논란이 됐군요.

답) 예. 보수성향의 `폭스 뉴스’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이 흑인인 셔러드 씨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고 사퇴를 종용했습니다.

문) 셔러드 씨는 행정부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았다지요?

답) 네, 셔러드 씨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농무부 고위층으로부터 4통의 전화가 걸려와 백악관이 자신의 사직을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셔러드 씨는 하루 만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셔러드 씨가 물러난 뒤 문제가 됐던 발언의 전체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문) 발췌된 부분이 왜곡돼 있었나 보군요?

답) 예. 발췌된 부분에서는 셔러드 씨가 도움을 요청한 농부가 백인이라서 도와주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는데요. 전체 맥락을 보면 셔러드 씨가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종적 편협함을 깨달았다며, 그런 부족을 극복하고 백인 농부가 땅을 지키도록 도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인종 간의 화해를 촉구하는 연설이었는데, 고의적으로 특정 부분만 인터넷에 공개된 것임이 드러난 것이죠. 또 당시 셔러드 씨의 도움을 받았던 백인 농부 부부도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 셔러드 씨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셔러드 씨의 유능함을 적극 두둔하면서 여론이 역전됐습니다.

문) 오해로 인해 사퇴 압력을 받았는데, 복직이 되는 건가요?

답) 진상이 밝혀지자 백악관과 농무부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톰 빌색 농무장관의 말을 먼저 들어보시죠.

I started off by extending to her my personal and profound apologies for the pain and discomfort

빌색 농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셔러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며칠간 그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말했습니다. 빌색 농무장관은 그러면서 셔러드 씨에게 농무부의 ‘시민 권리와 지역사회 관계국’(Office of Civil Rights and Community Outreach)으로 복직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셔러드 씨는 이를 수락했습니까?

답) 아닙니다. 셔러드 씨는 텔레비전에 출연해 농무부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자신이 이 제안을 수락하면 농무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를 더 이상 시정할 책임을 느끼지 않게 될까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또 자신이 새로운 직책을 맡아 차별 문제를 주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 백악관도 유감을 표시했다고요?

답) 예.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22일) 직접 셔러드 씨에게 전화를 걸어 7분 간 통화했는데요. 이번 불행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라고 격려했습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셔러드 국장이 사직을 종용 받고 물러나게 된 것은 부당하며,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깁스 대변인입니다.

Members of this administration, members of the media, members of different political ..

깁스 대변인은 “행정부 당국자들과 언론인들, 정치인들은 모두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섣불리 판단했었다”고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문)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돼 인종 문제가 보다 민감하게 대두되고 있는데요.

답) 네. 지난 해 7월에 하바드대학교의 저명한 흑인교수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다가 도둑으로 오인돼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경찰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말한 것이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번 사건도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진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셔러드 국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인종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또다시 확인한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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