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 무인종 시대 오나?


미국에서 서로 다른 인종 간 결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2008년 미국 내 결혼의 15%가 다른 인종 간의 결합이었는데요. 반세기 만에 6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백성원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 사실 주변에서도 서로 다른 인종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되잖아요.

답) 그렇죠? 인종 간 결합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긴데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요, 흑인과 백인이 결혼한 비율은 1천대 1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해 결혼한 1천쌍 중 1쌍 만이 흑백 간 결합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2008년에는 그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60쌍 중 1쌍이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었다고 하니까요.

) 반세기 만에 사회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그 해, 그러니까 1961년에 흑백 간 결합으로 태어나 지금 아주 유명해진 사람이 있죠? 바로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바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결국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아주 드믄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난 겁니다.

) 정말 그렇군요. 흑인과 백인 간 결혼 추세를 살펴봤는데 다른 인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 연구 센터’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요, 2008년 결혼한 3천8백만 명 가운데 다른 인종의 배우자를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봤더니요. 백인은 9%가, 그리고 흑인은 16%가 그렇더라는 겁니다. 또 중남미계는 16%, 아시아계는 31%를 기록했습니다.

) 아시아계가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왔네요.

답) 그렇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난 경우에 그렇다는 건데요. 아시아계가 배우자로 선택하는 다른 인종은 주로 백인이 많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서로 접촉할 기회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뉴욕 퀸즈칼리지 사회학과 민병갑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시죠.

“아시아계는 교육, 경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일류학교 학생이 주로 아시아계나 백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만날 수 있고, 큰 회사에 주로 백인과 아시아인들이 근무하니까 접촉하는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에 아시아인과 백인의 결혼이 굉장히 늘었고…”

) 아시아계와 백인이 학교, 직장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그만큼 많아졌다, 그런 얘기군요. 아무래도 연애를 하려면 서로 마주칠 기회가 많아야 될 테니까요.

답) 물론입니다. 교육수준 통계를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타인종과 결혼하는 비율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합니다. 다시 2008년의 경우를 보면요, 대학 졸업자의 15.5%가 다른 인종의 배우자를 만났구요, 고등학교 졸업자의 경우는 13.5% 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람이 타인종과 결혼한 비율은 11%로 가장 낮았습니다.

) 그런데 말이죠. 지금이야 타인종과 결혼하는 게 본인의 선택이지만 – 물론 가정의 이해도 중요하긴 합니다만 – 예전에는 안 그랬단 말이죠. 법으로 못하게 막아놨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답) 참 믿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그리 옛날 일도 아닙니다. 1967년까지만 해도 백인과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 주가 15개나 됐으니까요. 바로 그 해에 이런 원칙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요. 그 때서야 비로소 누구와 결혼해야 하느냐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 문제가 된 겁니다.

) 불과 40년 조금 넘은 거네요. 법도 법이지만 타인종 간의 결합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인식도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답) 많이 관대해졌지만, 좀 오래 걸렸습니다. 아무리 법이 바뀌어도 사회적 인식은 좀 늦게 따라가지 않습니까?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지 20년이 지난 1987년까지만 해도 흑인과 백인이 연애해도 괜찮다는 미국인은 불과 48%에 불과했습니다. (반도 안됐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똑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83%가 흑백 간 연애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타인종과의 결혼이 자기 가정 문제가 되면 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가령 자녀나 형제자매가 타인종과 결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말이죠.

답) 예. 어쩔 수 없죠. 사실 그런 심리가 이번 통계에도 다소 반영이 됐습니다. 가족의 일원이 타인종과 결혼해서 나간다면 어떻겠느냐, 이런 질문인데요. 수치가 뚝 떨어집니다. 63%가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역시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미국 내 인종 조합의 수가 60개가 훌쩍 넘는다고 하거든요. 소수인종이 백인을 넘어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미국 사회 전체에 큰 변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사회학자인 민병갑 교수의 설명으로 들어보죠.

“인종 간 결혼이 늘어나서 중간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남미 브라질 같이 미국도 인종에 대한 인식을 적게 하는 사회로 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인종들이 다수가 되는 변화를 보면서 미국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백인들이 착잡하게 느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고 본다, 그런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혼혈아 가정이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발전동력으로 바꿔낼지 미국의 경험을 잘 봐 둘 필요가 있겠군요.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