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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탈북 고교생, 북한인권 책 펴내


미국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자 출신 유학생이 북한의 인권 실상을 소개하는 책을 펴냈습니다. 북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책을 썼다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만 때문에 죽는데 북한 사람들은 굶주림 때문에 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먹고 남은 음식을 꺼리낌 없이 버리는데, 북한에서는 (생계를 위해) 땅에 떨어진 낱알들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권리는 이 곳의 동물들 보다 더 못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과 참혹한 인권 상황을 담담하게 쓰고 있는 작가는 미국 워싱턴 인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9살 탈북 유학생 에반 군입니다.

[녹취: 에반 김] “작년 여름에 북한인권위원회에서 인턴을 하게 됐는데요.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 북한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북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은 탤런트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북한 사람으로서 책을 쓰려고 결심한 겁니다.”

에반 군은 9살까지 김주성이란 이름으로 평양에 살았고, 이후 해외에 파견된 북한 엘리트 출신 부모를 따라 동남아시아에 잠시 살았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탈출을 결심한 부모를 따라 다시2002년 한국에 입국한 뒤 김일국이란 새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이후 지난 2009년 워싱턴의 한 민간단체 방문연구원으로 온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입국한 뒤 에반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습니다.

에반 군은 김주성과 김일국, 에반이란 이름이 갖는 배경과 정체성이 너무도 달라 책 이름을 ‘세 이름-Three Names’ 로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 김] “북한, 한국, 그리고 미국 세 나라를 다니면서 어떻게 이름이 바뀌었는지, 또 저는 어떻게 변했는지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 북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림도 다 행복한 그림보다 고통에 처한 북한 아이들을 많이 그렸어요. 그래서 저를 봐주기 보다는 저의 이야기,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에반 군은 책 속에 북한 정권의 우상화와 영양실조, 정보 통제와 표현의 자유, 열악한 전력 상황, 꽃제비와 어린이 인권 등 다양한 인권 유린 문제들을 직접 그려 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에반 군은 그 가운데 한 그림을 꼽으며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 김] “배경에 북한과 한국, 중국 지도가 있어요. 그리고 그 중간에는 아이가 있어요. 근데 그 아이가 손을 뻗치면서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울고 있는데,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사람들이 북한의 아이들이 저렇게 고통을 받고 있구나. 저 아이들을 구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에는 인권 문제 뿐아니라 북한 정권에 의미 없이 충성하며 삶을 희생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에반 군은 그 대표적인 예가 인민군 장성 출신인 할아버지라며, 훈장을 달린 제복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 그림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녹취: 에반 김] “할아버지 그림을 그린 이유는 북한에서 살면서 그렇게 훈장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까지 자신의 삶을 투자하면서 북한에 희생하셨거든요. 희생하지 말아야 될 그런 대상과 나라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안타깝게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숨지면서까지 유언으로 “김일성과 김정일 장군들을 잘 섬기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인생이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웠다는 겁니다. 에반 군은 그러면서 어린 나이지만 북한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막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 김] “부모님은 여기 계시지만 제 가족들은 북한에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상처를 주며 나오게 됐는데, 그 상처를 갚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제 친구들과 거기 살고 있는 아주 착한 시민들에게, 저는 계속 그들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에반 군은 앞으로 의사가 되어 북한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랑의 의술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겪은 병원의 열악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런 희망이 담겨있기에 세 이름 가운데 ‘에반’이란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반 김] “북한에 있을 때의 이름은 과거, 한국에서의 이름은 현재, 미국에서 얻은 이름은 미래라는 상징을 뒀는데요. 북한의 미래를 바꾸고 싶은,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저는 미래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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