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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뉴욕회담 의제와 양측 입장 정리


뉴욕 방문중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김계관 부상
뉴욕 방문중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김계관 부상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북 회담과 토론회 참석을 마치고 뉴욕을 떠났습니다. 미-북 양측은 이번 뉴욕회담에 대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1년7개월 만에 이뤄진 회담치고는 발표 내용이 상당히 적은 편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미 국무부 발표와 외신 보도 등을 토대로 이번 회담의 의제와 양측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문)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이 뉴욕을 떠났군요?

답) 네, 김계관 부상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어제 (2일) 미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뉴욕을 떠났습니다. 김 부상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에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군요. 사실 이번 뉴욕회담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지난 2009년 12월에 평양을 방문한 이래 미-북 양측이 1년 7개월 만에 머리를 맞댄 자리였는데요. 오랜만에 이뤄진 회담 치고는 상당히 발표된 내용이 적은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보즈워스 특사와 김계관 부상은 지난 28일과 29일 이틀간 회담과 만찬, 오찬 등으로 10시간 넘게 자리를 같이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회담을 마치면서 양측은 아무런 공동성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탐색 회담’이었다며 “미국은 처음부터 커다란 돌파구를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은 처음부터 이번 회담을 어떤 협상이나 결론을 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파악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 했다는 겁니다.

문) 이번 회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을까 하는 것인데요?

답) 미국과 북한 양측이 회담 내용과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에 관련 발언 등을 통해 추측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번 회담에서 보즈워스 특사는 미국의 기존 입장 즉, 9.19 공동성명 재확인과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IAEA)사찰 수용 등을 북한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 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이번 회담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회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러면 북한은 미국의 이런 요구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답) 김계관 부상은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에 대해 2가지 주장을 하며 맞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며, 중단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부상은 또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엔의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고 볼 수 있겠군요. 현안인 대북 식량 지원 문제도 논의가 됐겠지요?

답)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인권과 식량 지원 문제를 담당하는 로버트 킹 특사가 회담에 참석한 것이 확인됐구요. 또 이 자리에서 미-북 양국은 식량 분배 투명성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김계관 부상이 기자들에게 한 얘기를 들어보시죠.

“우리는 요구되는 모든 사항을 충분히 보장할 의지를 몇 달 전에 충분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분배 투명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문) 김 부상의 말대로라면 북한은 식량 분배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 할 바를 다했다는 얘기인데, 미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계속 신중히 검토해 나갈 방침입니다.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어제(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모든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나요?

답) 김계관 부상은 지난 1일 숙소인 뉴욕 밀레니엄 호텔에서 기자들이 ‘남북대화를 할 것이냐’고 묻자, “같은 민족이니까 우리는 계속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라며 “남조선 사람에게 빨리 마주 앉자고 말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김 부상은 “전제조건없이 마주앉자”고 말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문)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요?

답)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을 비롯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부상은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고 동시 행동의 원칙에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문) 일본인 납치 문제도 거론됐지요?

답) 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일-북 관계가 개선되려면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게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미-북 간에 앞으로 후속 회담이 열릴지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말이 좀 다른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답) 네, 지난 1일 김계관 부상이 미-북이 ‘계속 연계를 갖기로 했다’며 마치 추가 회담에 합의한 것처럼 말해서 그런 관측이 일었는데요.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6자회담 관계국들과 협의중”이라며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미뤄볼 때 미-북 양측 사이에 ‘앞으로 또 만나자’는 정도의 원칙적인 얘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합의는 없었던 같습니다.

문) 궁금한 것은, 그럼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인데요?

답) 전문가들은 한반도 사태가 일단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 등의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를 지켜 본 뒤에 추가 미-북 회담과 남북회담, 그리고 6자회담 재개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미 국무부의 발표와 외신 보도를 토대로 미-북 간 뉴욕회담의 의제 등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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