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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북한의 꽃이라고?


북한이 올 초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여성의 권리와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는 게 탈북 여성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에는 특히 생계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몸을 파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한 가정 알뜰살뜰 돌보는 꽃이라네…”

북한노래 ‘여성은 꽃이라네’ 를 듣고 계십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친필서명까지 하며 찬사를 보냈다는 이 노래는 여성이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 이라며 여성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나라 안팎으로 여성들의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채순 북한 보건성 보건경영학연구소 실장은 지난 2009년 1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정례검토(UPR)에서 북한 여성들은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공화국은 헌법과 여러 연관 부분 법률에서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특별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고 있으며, 이러해서 아이들은 나라의 왕으로, 여성들은 나라의 꽃으로 떠받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바 입니다.”

국제사회는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취약계층 가운데 하나인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말입니다.

킹 특사는 북한에 대한 유엔인권이사회의 UPR 심의에서 미국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폭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는 특히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폭력에 깊이 우려하며, 여성 수감자는 여성 교도관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유엔총회는 지난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 정부가 주민의 경제권과 사회권, 문화적 권리를 침해해 심각한 영양실조와 건강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이 심각한 피해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질타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여성권리보장법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여성간부를 더 등용하고, 여성들의 노동 권리를 보장하며, 가정에서 여성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는 한편 여성 매매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과 탈북 여성들은 그러나 북한 정부의 주장은 장식용일 뿐이라며 여성의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방 여맹 간부 출신인 탈북자 최 모 씨는 13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여성들이 가사 노동에다 생계까지 책임지는 등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피어나지 못하는 게 그거죠. 장사를 하든 뭐를 하든 모든 게 다 통제 속에서만 움직이게 만드니까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제일 힘든 부담을 안고 가죠. 조직생활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난리지. 참석 안 하면 비판 대상으로 내세우지. 제일 고통 받는 건 여성들이에요.”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여성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 졌다고 말했습니다. 장사를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많은 여성들이 화폐개혁 뒤 장사 밑천을 잃어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 사정이 밝은 교원 출신의 탈북자 장 모씨는 쌀독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여성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쁜 짓 해서 재판 형기 몇 년씩 먹어싸매 다 앉혀 놓고 공개재판 하는 게 있단 말입니다. 그 때 보면 90 퍼센트가 여잡니다. 그럼 그 여자들이 범죄 저지르고 싶어 저지르겠습니까? 솔직히 말해 가정을 살리자니까 협작하고 남의 것을 훔칠 수 있고. 그렇지 않던 여자들이. 기막힌 노릇이죠.”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들이 가부장적 문화와 출신 성분의 차별 속에서 다양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홍민 교수가 지난해 탈북 여성 2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여성이 꽃이라는 북한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합니다. 여성 관련 위생용품을 쉽게 구입할 수 없었다는 여성이 응답자의 81.5 퍼센트, 임신, 출산과 관련해 정부와 직장의 배려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60 퍼센트 이상이었습니다.

한국 대북 매체들은 최근 특집 보도를 통해 경제난으로 몸을 파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 노래 ‘여성은 꽃이라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까지 팔아야 하는 일부 북한 여성들의 고달픈 삶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조선에서는 꽃 사세요 라고 한단 말입니다. 그 여자들보고. 여자들이 꽃 사세요. 꽃 사세요 하는 게 자기 몸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야~ 꽃 팔러 간다 하는 농담도 합니다. 요새는 사회적으로 막 이러지 못해도 많습니다. 평양시도 특히 많고.”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은 모든 남성과 여성의 권리와 책임이 동등하며, 여성이 어느 분야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고 보호받을 권리,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의 가입국인 북한은 그러나 2002년 이후 유엔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성 매매 등 최근에 제기된 문제들은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관련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참석한 심형일 중앙재판소 수석법률참사의 말입니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여성매매 인신매매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 자체가 엄중한 범죄라는 게 사회적 인식이 꽉 배겨있습니다. 지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제도적으로 사회본질상 존재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지난해 미 국무부가 수여하는 용감한 여성상을 수상했던 한국의 이애란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함께 상을 받은 다른 나라 여성들의 삶에 북한 여성들의 삶을 투영해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북한 여성이더라구요. 아프가니스탄?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외국도 왔다 갔다 하고 괜찮더라고요. 그만하면. 케냐요? 그래도 괜찮더라고요. 북한 여성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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