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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온도차


북 핵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에 회담 재개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는 미국과 북한 간 두 건의 비공식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습니다. 26일에는 연례 미-북 전문가 회의가 열렸고, 이어 28일에는 미국의 민간단체인 아스펜 연구소 주관으로 미-북 비공식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전문가 회의에는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부국장이 참가했으며, 미국에서는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 존스 홉킨스 대학 미-한 연구소 연구원이 참석했습니다.

이어 열린 미-북 토론회에는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 국장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AEI) 선임연구원, 토머스 피커링 전 유엔주재 대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당초 미-북 양국은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토론회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편적이나마 토론회 내용이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토론회에 참석했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했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함정’이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그 근거로 베를린 토론회에 참가한 북한 당국자의 발언을 예로 들었습니다. 북측 인사들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포기할 때 비로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는 것입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지난 2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베를린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은 북한 당국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좀더 자세히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베를린 미-북 전문가 회의에 참가했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에버스타트 연구원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21일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조엘 위트 연구원은 북측 참석자들이 우라늄 농축 문제를 포함한 비핵화와 핵 확산, 그리고 원자로 안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실용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조엘 위트 연구원은 또 북한은 지난 해 11월 빌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 방북 시에도 1만2천 개에 달하는 폐연료봉을 외국에 반출할 용의를 밝혔다며, 지금처럼 미-북간에 공식 대화가 끊어진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간 차원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전문가들이 북한 측 발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거나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성향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토론회에 참석했어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선회하자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로 갈라져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우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협상파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경우 핵 문제도 해결 못하고 북한에 끌려만 다닐 것이라며 대화 재개에 반대했습니다.

대북 협상파와 강경파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뿐아니라 대북 식량 지원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등 모든 사안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 왔습니다.

가령 26일 평양을 방문하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이를 계기로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박사는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 당할 수 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 왜 북한에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을 비롯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으면 좀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대남 도발에 대해 사과하는 등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또 6자회담과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을 영변 핵 시설에 상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을 영변에 복귀시킬 경우 이는 6자회담 재개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앞서 미 국무부도 북한에 한국에 대한 도발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 복귀 등의 조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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