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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군부 인사 권력승계 속도 조절하는 듯”


북한은 어제 단행된 군부 인사를 통해 장성 38명을 승진시켰습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이 상장으로 고속 승진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북한 군부 인사의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을 이틀 앞둔 13일 군 장성 3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인사에서는 상장 2명, 중장5명, 소장 31명 등 38명이 승진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노동당 군사부장과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상장이 됐습니다. 또 허영호 인민보안부 부부장과 송석원, 장정남, 채문석, 리종무 등이 중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일정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지난 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또다시 상장으로 고속 승진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군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서 대좌가 장군이 되려면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오일정의 승진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나 모든 면에서 볼 때 중장에서 상장이 6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은 어느 나라 군대 역사에도 있을 수 없고…하긴 김정은처럼 단숨에 대장이 되는 해프닝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지난 해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최현의 아들 최룡해와 오백룡 전 당 군사부장의 아들 오금철, 그리고 리영호 총참모장 등을 승진시켰는데, 이번 인사도 군부 내 김정은 친위세력을 구축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의 말입니다.

과거 김일성은 군부의 유력 인사들을 내세워 권력을 아들에게 이양했는데 김정일 위원장도 오일정 등을 내세워 김정은에게 권력 세습을 하려는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김일성 주석이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줄 당시 인민무력부장이었던 오진우와 최현 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권력 승계와 관련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권력 이양 속도를 다소 늦추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호전되면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급속한 권력 승계보다는 점진적으로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쪽을 택한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지난7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열었지만 일부에서 예상했던 후계자 김정은의 국방위원회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련의 인사를 통해 군부의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번에 상장이 된 오일정은 1954년생으로 올해 57살입니다. 또 함께 상장이 된 황병서도 62살로 북한 군부에서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합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현재 북한 군부에서는 40-50대를 주축으로 하는 ‘혁명 3세대’가 급속히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북한 군부에서 사단장이 별 둘인데, 중장급이 40-50대로 교체됐고, 군단장도 50-60대로 거의 바꿨습니다. 오일정 군사부장도 50대 후반인데, 연령적으로 볼 때 그리 빠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군에서 아버지가 과거 김일성과 함께 빨치산 활동을 한 이른바 ‘백두산 줄기’라는 이유 하나로 그 아들이 고속 승진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장교들이 많은데, 능력과 업적이 아니라 출신 성분을 기준으로 승진과 보직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겁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지난 해 말부터 대좌급 이상 고위 군관을 대거 사회로 방출했는데, 청진으로 방출된 한 사단장은 주택을 배정받지 못해 노동자와 함께 합숙소에서 지내는 일도 일어나는 등, 북한 엘리트 속에서는 오래 군 복무를 하고도 진급 길이 막혀 불만이 상당히 누적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체제의 핵심 권력기반인 북한 군부에는 오극렬, 김정각, 주상성, 정명도, 이병철 등 25명의 대장을 포함해 1천3백 여 명의 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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