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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에 '장진호 전투' 지명 확정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 존 비슬리/페기 비슬리 씨 부부와 (왼쪽) 또 다른 생존자 리처드 릴리 씨.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 존 비슬리/페기 비슬리 씨 부부와 (왼쪽) 또 다른 생존자 리처드 릴리 씨.

6.25 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장진호 전투가 미국인들에게 산 이름으로 남게 됐습니다. 함께 귀환하지 못한 전우들에게 바치는 두 노병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82살의 리처드 릴리 씨. 미국 알래스카 주에 3명 밖에 남지 않은 장진호 전투 생존자 중 한 사람입니다.

릴리 씨는 19일 62년 전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에서 후퇴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전우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녹취: 리처드 릴리] “It is officially named, yeah, that’s great (웃음)…”

바로 미국 내무부 산하 지명위원회가 알래스카의 한 산에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이름을 붙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미 지명위원회는 지난 14일 알래스카 주 추가치 산맥의 한 봉우리를 ‘초신 퓨’로 명명하고, 19일 이 사실을 장진호 전투 참전 미군 노병들에게 알렸습니다. ‘초신 퓨’는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소수를 뜻하는 말로, 미군은 당시 장진을 일본식 표기인 초신으로 불렀습니다.

이 소식은 19일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장진호 전투의 또 다른 생존자 존 비슬리 씨에게도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50년이 훨씬 넘게 결혼 생활을 이어온 그의 부인 페기 비슬리 씨도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녹취: 페기 비슬리] “I am just glad that he survived (웃음)…”

비슬리 씨는 무엇보다 전투에서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다행스럽지만, 수많은 미군의 희생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초신 퓨’로 불리게 된 산은 알래스카 코도바 시에서 북동쪽으로 4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솟아 있습니다. 2천4백 미터 높이에 겨울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빙하까지 흘러내립니다.

1948년 당시 17세의 리처드 릴리 씨.

1948년 당시 17세의 리처드 릴리 씨.

그래서 리처드 릴리 씨에겐 62년 전, 혹독했던 장진호의 추위가 고스란히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릴리 씨의 말입니다.

[녹취: 리처드 릴리] “But it was good 40 below at times and the wind…”

릴리 씨와 비슬리 씨가 추가치 산맥의 이름 없는 산봉우리를 물색하기 시작한 건 5개월 전입니다. 장소를 정한 뒤에는 정치인들을 일일이 만나 관련 입법을 부탁했습니다.

두 노병의 노력에 알래스카가 지역구인 돈 영 연방 하원의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7일 알래스카의 한 산을 장진호 전투 생존자를 일컫는 이름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한 겁니다.

영 하원의원 사무실은 19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지명위원회가 이미 해당 산 이름을 ‘초신 퓨’로 공식화했지만 예정대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장진호 전투 전우회 잭 놀란 전 회장은 참혹했던 전투에서 돌아온 참전용사들을 영구적으로 기리게 됐다며 지명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녹취: 잭 놀란 전 회장] “It’s a monument that will last for eternity…”

비문이나 기념물 조성 보다 지명으로 정함으로써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리게 됐다는 겁니다.

장진호 전투 당시 12만 명에 달하는 중공군과 사투를 벌이다 전사한 미군은 3천 명에 달했고, 부상병은 무려 1만 명에 이릅니다.

그렇게 희생된 장병들과 남아 있는 소수의 노병들은 이제 알래스카 주의 산 이름으로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남게 됐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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