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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본 퇴임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대북 전략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오늘 (30일) 퇴임합니다. 4년 7개월 간 재임하면서 북한의 핵실험과 한국에 대한 군사 도발을 거듭 겪었는데요. 게이츠 장관이 그 때마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또 어떤 대북 대비태세를 강조했는지 알아봅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6년 12월 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장.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에 내정된 로버트 게이츠 지명자는 과거 북한 핵 시설 공격론을 주장했던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다루는 가장 좋은 길은 군사 공격이 아니라 외교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긴 했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게이츠 장관의 경고는 임기 내내 이어집니다.

2007년 초, 취임한 지 두 달 남짓 지나 게이츠 장관은 북한을 분쟁 가능 지역 중 하나로 언급하면서 세계가 북한의 핵 야망으로 인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2008년 10월에는 북한의 핵 위협을 간과하지 않겠다며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계속 제공할 뜻을 분명히 합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게이츠 장관의 경고는 그러나 뜻하지 않게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여부 논란에 휩싸입니다. 게이츠 장관이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지 2009년 1/2 월 호에 북한이 이미 몇 개의 핵무기를 제조했다는 글을 기고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당시 미 국방부가 북한을 핵 보유국가로 명기한 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맞물려 게이츠 장관의 글은 북한 매체에까지 인용되는 등 논란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이후 북한은 그 해 4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데 이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감행합니다. 이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아시아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같은 말에 두 번씩이나 대가를 치르지 않겠다며,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을 무마하기 위해 양보했던 기존의 접근방식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핵무기 외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따른 위협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5년 안에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미-한 군사동맹과 관련,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이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임기 내내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공격 이후 핵우산에서부터 재래식 공격, 미사일 방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한국에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것임을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듭되는 북한의 도발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과정의 일환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게이츠 장관의 경고 수위는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더 높아집니다. 올해 초 게이츠 장관은 일본 게이오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가능성은 10여 년 전보다 작아졌지만 아시아와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은 더 커졌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북한 정권의 성격과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았으며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방장관 직에서 물러나기 일주일 전까지도 게이츠 장관은 북한을 계속 거론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과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 여전히 진행 중인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물러나는 게이츠 장관의 대북 인식은 군사 공격을 배제했던 4년 반 전 인준청문회 당시와 다르지 않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으며, 또 북한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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