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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이란 제재 강화...한국도 대책 부심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의 이란 석유 금수 조치를 포함한 201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함에 따라, 각 국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근거로 오바마 행정부에 법 적용 예외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먼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답) 네, 국방수권법은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 등의 국방 관련 예산 지출을 승인하는 법률인데요, 201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규모는 6천 6백 20억 달러입니다. 법안은 지난 달 15일 미 의회를 통과했고요, 연말인 지난 12월31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됐습니다.

문) 그런데, 통과된 국방수권법에 초강력 이란 제재 수정법안이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 네, 이 수정법안은 공화당의 마크 커크(일리노이 주)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로버트 메넨데즈 (뉴 저지 주)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해 ‘커크-메넨데즈’ 법안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지난 달 1일 미 상원 표결에서 100대 0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미 의회에서는 지난 11월 초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요, 이 수정법안은 이란중앙은행(CBI)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 은행에 대해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 이란과 교역을 하는 나라들은 결제 과정에서 이란중앙은행을 통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이 수정법안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은행들은 이미 이란중앙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번 수정법안은 외국 은행들이 이란중앙은행과 거래를 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거래하면 미국 기업을 상대하거나 미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말라는 위협인 것이죠. 특히 국제금융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재정의 60% 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란의 상황을 볼 때 이번 조치는 사실상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에 해당한다는 평가입니다.

문) 결국 원유 수입 등을 위해 이란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나라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도 이 때문에 대책 마련에 크게 부심하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은 지난 해 10월 말 기준으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9.6%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이는 2010년 8.3%에 비해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국은 지난 해 9월 대이란 제재 조치를 시행해 이란과의 외환거래를 차단한 이후, 일부 은행들이 이란중앙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입대금을 우회결제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수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커크-메넨데즈’ 법안이 실시되면 이 같은 거래가 불가능해질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산 석유 공급이 끊기게 되면 물량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유가 상승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가 어떤 대책들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답) 한국 정부는 한국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한국의 에너지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고, 한국이 이란중앙은행과 계속 거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설득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내일 (4일) 서울을 방문하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 결제방법을 개발하고 원유 수입선 다변화 같은 수단들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문) 한국이 법 적용 제외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답) 네, 먼저 수정법안은 발효가 됐어도 실제 제재는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에 적용됩니다. 해당 국가들이 충분한 원유 대체선을 확보하고, 국제 원유시장의 교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미국 대통령은 특정 국가가 법 시행 6개월 전에 이란산 석유 수입을 크게 줄인 경우 그 나라의 금융기관들을 제재에서 제외하도록 의회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정 국가에 대한 법 적용 예외도 미 의회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문) 그동안 이란 제재 법안들이 여러 번 미국에서 제정됐지만, 이번 국방수권법에 대해서는 이란이 크게 의식하고 있는 듯 하죠? 아무래도 그 제재 강도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이란은 이 같은 초강력 제재에 대해 핵 연료봉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전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원유의 4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또 새해 첫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2일에는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인 카데르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강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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