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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택 소유 11년 만에 최저


문) 집 없는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 막연히 경제가 안 좋다는 지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들리네요.

답) 더 와 닿지 않습니까? 그게 살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빈 집은 자꾸 늘어나는데 내 집은 사라진다는 얘깁니다. 당사자들 입장에선 절규에 가까운 상황이 바로 요즘 미 주택시장입니다. 관련 통계가 바로 어제 (2일) 나왔습니다. 지난 3분기 미국의 주택소유 비율이 66.9%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문) 11년만이면 1999년 이후에 그렇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땐 어느 정도 수준이었죠?

답) 66.7%까지 떨어졌었습니다. 그 뒤에 주택 구입이 점차 늘면서 2004년에 69.2% 수준까지 올라갔었구요. (그때 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쉽고 한창 이자도 싸고 그랬잖아요) 그런 영향이 컸죠. 쉽게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시기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에 쉽게 은행융자를 받았던 게 지금은 오히려 악재가 돼 버렸습니다.

문) 왜 악재가 돼 버렸을까요?

답) 당시에 이런 상황을 우려했던 전문가 얘길 잠깐 들어보죠.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리빙스턴 모기지 은행’ 엄영옥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 당시 금융기관에서는 주택을 살만한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도 낮은 이자율로 쉽게 융자를 주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무분별하게 집을 사게 됐죠. 그 후 경제가 나빠지고 이자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무리하게 돈 빌린 사람들이 결국 은행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문) 그 사람들이 지금 고생한다는 거군요. 은행 대출금 못 갚고 그러면 결국 집 빼앗기는 거 아닌가요?

답) 예. 그게 요즘 미국의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죠. 주택 차압, 주택 압류, 이런 얘기 많이 듣죠? 쉽게 얘기해서 은행 돈 상환을 자꾸 늦추다 보니까 결국 은행이 담보로 걸어뒀던 집을 차압해 버리는 건데요.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실업자 수는 증가하죠,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죠, 이러니까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은행 돈 갚을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겁니다.

문) 그런 사람들이 지금 그렇게 많습니까?

답) 7세대 중 1세대가 3개월 이상 은행 대출금 상환을 연체했거나 주택압류 위기에 놓여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리얼티 트랙이라는 부동산 조사업체의 발표를 보면요, 지난 3분기에만도 차압 당한 집이 28만8천3백45채에 달합니다. 또 올해 1백만 세대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구요.

문) 그렇게 되면 집 값은 또 떨어지잖아요.

답) 바로 그렇게 이어지죠. 압류당한 집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데요. 원래 가격보다 싸게 내놓는 게 관행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의 이런 추세가 주택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구요.

문) 주택 가격이 이렇게 하락하고, 요즘 이자율도 싸잖아요, 그러면 상식적으론 집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 데 지금 반대 상황이잖아요. 오늘 주제만 해도 주택 보유자가 자꾸 줄어든다는 얘기 아닙니까?

답)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리빙스턴 모기지 은행의 엄영옥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이자율도 낮아졌지만 정작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졌구요. 또 한가지는 지금 집 값이 하락 추세라 집을 사려는 사람도 더 기다리려고 하는 거죠.”

한 두 가지 요인이 아니죠? 한 쪽에선 은행 대출금 상환을 못해서 집을 뺏기고 그러다 보니까 집 값은 떨어지는데, 다른 한 쪽에선 어디까지 떨어지나 한번 보자, 이러고 기다린다는 겁니다. 집 값이 바닥을 쳤을 때 사려구요. 정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문) 그러니까 빈 집만 자꾸 늘어나구요.

답) 예. 공실률이라고 하죠? 지난 3분기에 1천8백8만 채가 비어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전체의 14%가 넘는 규모에 해당되구요. 물론 앞서 말씀 드린 주택 차압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 비율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도시 지역에서 이런 추세가 더 심한데요.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 애리조나가 주택 차압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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