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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식량협상 태도 바꿔"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열린 미-북 대화 후 기자들과 만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자료사진)
지난해 7월 뉴욕에서 열린 미-북 대화 후 기자들과 만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자료사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협상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협상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내부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미-북간 대북 식량 지원 협상에서 태도를 바꾼 것은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협상에서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영양 지원 규모를 밝힌 것이고 북한이 계속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해 7월 미-북간 고위급 대화로 시작된 협상 초기엔 30만t 이상의 식량지원을 논의했다가 미측이 규모와 품목을 대폭 변경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또 이어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4일 미국이 식량 지원 등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 생산이 임시중지되는 일도 당연히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내부 불안정이 커지면서 정상적인 외교 활동에 지장이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당초 미측이 협상에서 스스로 연계한 사항이라며 우라늄 농축 임시 중지의 대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임시 중단을 함께 요구하고 나온 데 대해선 “지금으로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현재 북 핵 상황이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더욱이유엔 안보리 결정이기 때문에 미국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홍현익 박사는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6자회담 관련국들이 모두 북한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협상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으로선 어떻게 보면 김 위원장 사망으로 대외협상력은 더 커졌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6자회담 복귀 조건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그래서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이 6자회담 재개 협상을 거부하기 위한수순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뉴욕채널을 통해 미-북이 서 너 차례 접촉했고 북한이 요구하는 식량 지원 규모가 당초 구두합의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미뤄 대화 단절보다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주장이 일종의 구두합의를 파기하는 수순이 아니라 좀 더 많은 것을 획득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북-미 간 접촉, 그리고 내용의 일부를 밝히는 것을 볼 때 조만간 접점을 찾을 것으로 저는 그렇게 전망합니다.”

양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대미 협상의 일관성을 잃을만한 내부 불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미국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14일자 `조선신보’는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을 변수로 보면서 회담 재개를 미루면 “사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북한과의 신뢰조성 의지를 명백하게 표시해 3차 고위급 회담 개최의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한-일 고위급 협의에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면서 북한의 최근 반응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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