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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국 대통령 방북, 미-북 관계 역할 주목

  • 김연호

곰즈 씨 석방을 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미-북 관계에서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역할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꽉 막힌 미-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는데요,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94년에도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번에16년 만에 다시 북한을 방문하는 겁니다.

문) 94년 당시에도 미-북 관계가 꽉 막혀 있지 않았습니까?

답) 이른바 1차 북 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92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한 핵 활동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북한은 이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고 오히려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핵 연료봉을 인출하자 당시 미국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그런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사였죠.

답) 그렇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94년 6월 판문점을 통해서 북한을 전격 방문했는데요,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북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현직은 아니지만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사가 김일성 주석과 만났다는 사실도 상징적인 의미가 컸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답) 미국 정부가 당시 유엔에서 추진하고 있던 대북 제재를 중단하면 북한도 핵 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제의를 김일성 주석이 직접 카터 전 대통령에게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제의는 곧바로 백악관에 전달됐고,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 CNN을 통해서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문) 위기로 치닫던 북한 핵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거군요.

답) 네, 당시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곧이어 7월에 미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10월에 제네바 기본합의가 체결됐습니다. 이 합의에서 북한은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가로 에너지 지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핵 확산 위험이 덜한 경수로를 북한에 건설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했죠?

답) 그렇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해 8월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문)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을 전직 대통령이 직접 데리고 나온다는 점에서는 이번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비슷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해 3월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에서 미국 여기자 로라 링 씨와 유나 리 씨가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북한군에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은 북한 중앙재판소에서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를 적용받아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 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1백40일만에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문) 그런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시점이 흥미롭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얼어붙은 상태 아니었습니까?

답) 미-북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었죠. 북한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이어서 2차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여기에 대응해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주도한 뒤, 북한의 무기 거래와 돈줄을 끊는데 적극 나섰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악화되면서 6자회담 재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북한은6자회담의 성격이 변질됐다면서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반면에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문)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의 입장이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죠?

답)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간인 자격으로 방북을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서 미-북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던 한국 현대아산 직원을 석방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서울에 보내는 한편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 특사를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문) 보즈워스 특사가 방북한 뒤에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답)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는다는 미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가져온다면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힌 겁니다. 6자회담이 열리기 전이라도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건데요, 북한도 한발 물러나서 미국과의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양측은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데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관계가 다시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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