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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 정치범 수용소 조사, 관타나모 방식 가능'


세계 40여개 인권단체들이 유엔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특히 유엔 조사가 가능한 근거로 과거 유엔의 미 관타나모 수용소 공동 조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이어 정치범 관리소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14호 개천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한 신동혁 씨를 다룬 책 ‘14호 개천관리소에서의 탈출’ 이 지난 28일 미국에서 영문으로 출간된 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에 세계 40여개 인권단체가 연대한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 가 유엔에 관리소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더욱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문) 청원서가 40여 페이지나 된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청원서는 법률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작성했는데요, 청원서라기 보다는 하나의 법률 보고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관리소의 국제법 위반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 정부는 관리소 뿐 아니라 자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한 모든 문제 제기에 대해 적대세력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관리소 문제가 왜 이 시점에 새삼 주목을 받는 겁니까?

답) 북한의 관리소는 최악 중 최악의 인권 탄압 장소로 지난 10년간 유엔 뿐 아니라 여러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보고서에서 지적돼 왔습니다. 유엔은 매년 결의를 통해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하지만 개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주장입니다. 관리소 운용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이기 때문에 이제 유엔이 연례적인 결의안 채택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문) 다음 단계가 무엇입니까?

답)유엔 인권이사회의 매카니즘인 특별절차 ‘Special Procedures’ 를 밟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 ‘특별절차’ 란 어떤 겁니까?

답) 어떤 구체적인 나라의 인권이 우려되는 특별한 상황이나 사안에 대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에 따르면 현재 10개 나라 35개 주제들에 관해 특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엔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단을 구성해 북한의 관리소에 대한 공동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 국제 인권단체들이 조사의 근거로 미 관타나모 수용소를 지적한 것이 눈길을 끄는군요.

답) 네, 유엔이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조사해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던 것처럼 북한의 관리소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 2002년 미군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 용의자들과 테러단체 전투원 포로들에게 다양한 인권 유린을 가했다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이 잇따르자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었습니다.

문) 관타나모 수용소 조사와 관리소 조사가 어떤 맥락에서 비슷한가요?

답) ICNK의 법률 고문인 제라서 겐서 변호사는 청원서에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유엔 조사단은 당시 미국이 유엔의 조사에 협력하면서도 조사단의 수감자 개인면담 등 특별 요구들을 수용하지 않자 수용소 방문을 취소한 채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미국이 제출한 수용소 환경보고에 대한 의문점들, 과거 수감자들에 대한 면담과 이들을 담당했던 변호사들의 자료 검토,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2006년 2월, 50쪽에 달하는 종합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습니다.

문)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답) 유엔 조사단은 당시 임의적 구금, 고문, 종교 등 5개 분야에 각각 조사관을 임명해 실태를 조사하도록 했는데요. 그 결과 고문으로 인정되는 다양한 취조, 포로 이송 과정에서의 구타, 단식을 원하는 수감자들에 대한 음식물 강제 투여, 종교적 신앙에 대해 굴욕을 주는 여러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있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런 행위들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보고서의 결론을 토대로 여러 권고안을 미국에 제시했고,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수용소 폐쇄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문) 당시 북한도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답) 맞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004년 7월 관타나모 수감자에 대해 미국이 부당한 인권 유린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었습니다. 내각지인 ‘민주조선’은 관타나모의 인권 유린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 유린 지적은 `까마귀가 백로를 흉보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었습니다.

문) 북한이 인권 유린이라고 비난하던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유엔의 조사가 이뤄진 만큼 관리소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군요.

문) 네, 특히 유엔 조사단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보고서를 작성했듯이 유엔 역시 북한의 관리소에 대해 바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입니다. 그 동안 유엔의 특별보고관들은 북한 정부의 거부 때문에 방문 조사를 할 수 없어 보고서에 북한을 포함할 수 없다고 말했었는데요. 인권단체들은 이런 특별 절차가 방문조사의 걸림돌마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그래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겁니까?

답) 인권단체들은 유엔 보고서가 발표되면 관타나모 수용소처럼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주목을 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관리소의 인권 유린 실체에 대한 접근과 정보력 확보 뿐아니라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그럼 관리소 문제의 주체, 주범은 누가 되는 겁니까?

답) 최종 책임자는 새 지도자 김정은입니다.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는 김정은이 국가의 최고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관리소의 실체에 대한 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관리소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반인도 범죄의 책임이 그에게 부과되는 것이고, 관리소 폐쇄 역시 그에게 달렸다는 겁니다.

문) 인권단체들이 상당히 공격적이면서도 국제법 매카니즘을 이용해 캠페인을 펼치는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오는 10일에는 이 곳 워싱턴에서 다시 하루종일 관리소에 관한 국제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행사에는 관리소에 관한 새 보고서가 발표되고,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 뿐아니라 마루즈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등이 참여해 관리소 폐쇄 방안에 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유엔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네 김영권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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