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미-한 두 나라 군이 합동 실시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UFG 연습의 중지를 촉구했습니다.
8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대표부는 7일자로 작성된 서한에서 “UFG 연습 중지로 조미관계와 북-남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공식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한은 또 “8.15를 계기로 북-남 관계에 새로운 분기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민심의 기대에 비춰볼 때 그 다음 날부터 상대방을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한다면 그 자체가 관계 개선을 전면 부정하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한은 이와 함께 “미국이 진정으로 조선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최소한 올해 연습을 중지하는 것으로 대국으로서의 실천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판문점 대표부의 이 같은 서한 내용은 미-한 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 최고권력기관으로 알려진 국방위원회까지 나서 무자비한 보복을 언급하는 등 과거 북한이 보인 반응에 비하면 한결 부드러워진 것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 비핵화 회담과 미-북 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조성된 대화국면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이번 서한은 북한이 군사적 대응을 예고하는 메시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현재 남북관계 북-미 관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 이런 환경적 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더 나아가서 북한도 이런 영향 속에서 앞으로 대화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조심스런 반응의 하나가 아니겠느냐 그렇게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평화협정 협상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삽니다.
“미-북 접촉이 있었고 앞으로도 실무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죠, 그 모멘텀 자체에서 결과적으로 UFG를 공격하는 것은 한국을 공격하는 것도 되지만 미국에 대한 공격도 되거든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평화협정 등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구요.”
북한의 이 같은 유화 제스처는 최근 북한 매체들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크게 줄인 데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5대 매체의 5월 이후 기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매체는 5월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모두 1천70건에 달하는 이 대통령 비난기사를 내보냈습니다.
6월 한달 동안 일일 평균 대통령 비난기사의 수가 16.8 건, 그리고 7월엔 일일 평균 15.3 건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다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 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하루 평균 4.2 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비난기사가 줄긴 했지만 어떤 기사에서는 여전히 실명 비난 횟수가 많아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