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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친 아랍 행보로 대외관계 추진에 진퇴양난


미국을 주축으로 서방세계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강력한 제재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대외관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이스탄불을 방문하자 터키는 국제사회의 대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터키가 대외관계에 있어 진퇴양난에 처해있다는 관측에 관해. 유미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었던 터키가 최근 서방 대신 아랍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구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 네, 터키와 서방측 간의 동맹에 균열이 감지된 결정적인 사건은 터키 정부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의 대 이란 제재 결의 표결에서 브라질과 더불어 반대표를 행사한 것입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레제프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제재 결의를 수용할 것을 설득했지만 터키는 이를 거부한 것입니다. 터키는 이후 유엔 제재안은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과 유럽 연합의 추가 이란 제재는 따르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셀림 예넬 터키 외무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We don’t believe sanctions work…

터키는 제재의 효력을 믿지 않으며, 이란을 협상 장에 나오도록 설득하기를 원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의 일방적인 제재를 이행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터키에서는 7년 전인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 터키가 미국의 터키영공과 기지사용권을 거부한 이후 이 사건이 미국과 터키 동맹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터키의 에르도간 총리는 지난 아랍국가 정상과 외무 장관들이 참가한 아랍-터키 포럼에서도 아랍권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에르도간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터키는 아랍 없이 살 수 없다. 아랍은 터키의 두 눈”이라고 발언해 아랍국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에르도간 총리는 특히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에 있는 시리아에 대해 “터키와 시리아는 같은 가족의 형제들이며, 터키가 곧 시리아이고 시리아가 곧 터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이 있은 후 터키는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 아랍 3개국과 비자 없이 왕래할 수 있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 터키의 반 이스라엘 정서는 가자지구 국제구호선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당시에도 확연하게 드러났었는데요?

답) 네, 맞습니다. 터키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지난 5월 말 이스라엘 특공대가 가자지구행 국제 구호선을 공격해 터키인 승선자 9명이 숨지자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에르도간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공격 행위를 ‘피의 대학살(boody massacre)’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진상조사 요구를 수용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문) 또 가장 최근에는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 (MD)구축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예, 터키는 나토의 MD 구축 계획의 특정 부분을 터키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반대했습니다. 미국은 이 MD 구축 계획이 잠재적으로 이란 등으로부터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터키는 MD 일부 요소를 자국 내 배치하는 게 이웃나라, 이란과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 터키는 아랍 국가 이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오랜 핵심 우방이지 않았습니까?

답) 네, 터키는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이지만 국부 케말 무스타파 아타튀르크의 ‘정교분리’ 국시를 채택해 그 동안 아랍세계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후 친 이슬람 행보를 보여왔고, 반면 세속주의 세력은 그러한 정의개발당 정부를 비난해왔습니다.

문) 터키가 이처럼 친 이란, 친 아랍 행보를 선택한 또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이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하면서 터키의 EU가입이 좌절된 것을 부분적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터키가 이란 같은 아랍 국가들과 더 가깝게 접근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에르도간 총리는 EU 국가들이 터키의 EU 가입에 장애물을 높였다며,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습니다.

문) 이란의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터키의 의존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답) 네, 터키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많은 에너지 자원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이 같은 합의에 대단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들어 터키와 이란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무역규모도 확대됐고, 또 터키는 이란의 평화적인 목적의 핵능력을 보유할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이란과 세계 6대 강국 사이의 핵 협상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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