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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돼야 미-북 트랙 투 활성화” 미 전문가들


지난 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미국과 북한간 민간 차원의 교류가 올 상반기 들어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관계 개선과 당국간 대화 재개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북간 민간 차원의 교류조차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미-북간 민간교류는 지난 2월 북한 과학자 대표단의 미국 남부 조지아 주 방문으로 시작됐습니다.

평양의 국가과학원 홍륜기 과학기술국제협력국장을 단장으로 김책공과대학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은 '미-북 과학교류 컨소시엄'의 초청으로 조지아 주의 카터센터와 조지아 공대 등을 방문해 과학기술 교류와 보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한 달 뒤인 3월 말에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의 초청으로 북한의 무역성과 농업성 등의 중간급 간부 12명으로 구성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핵심요소들에 대한 강의를 듣고, 현지 업체들을 견학했습니다.

같은 무렵 독일 베를린에서는 미-북간 비공식 대화가 열렸습니다. 미국 아스펜연구소가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차관 등 미국 전직 관리들과 북한 외무성의 리근 미국국장 등이 참가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미-북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지난 달에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공연이 4년 만에 다시 이뤄졌습니다.

"Taekwon Do~"

17명으로 구성된 북한의 ‘조선태권도 시범단’은 뉴욕 등 미국 동부를 순회공연하며, 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올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민간교류 등 비공식 접촉이 늘어나면서, 상호 관계 개선이나 당국간 공식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대립하거나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 사이에 이뤄지는 비공식 대화를 의미하는 ‘트랙 투(Track 2)’가 해당 국가간 관계 개선이나 갈등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엘리자베스 스테피 아태 안보포럼 부국장의 말입니다.

예를 들어 북아일랜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미외교정책협의회는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페인당의 게리 애덤스 당수에게 48시간의 미국 방문 비자를 발급할 것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설득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애덤스 당수는 미국에서 열리는 아일랜드 평화를 위한 비공식 회담에 참석했고, 결국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도출될 수 있었다고 스테피 부국장은 말했습니다.

2005년 6월 뉴욕에서 열린 이틀간의 미-북간 비공식 대화 역시 6자회담 재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회담에는 미 국무부의 조셉 디트라니 북 핵 담당 특사와 짐 포스터 한국과장, 그리고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이 참가해 6자회담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례에도 불구하고 실제 ‘트랙 투’의 성공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미국과 북한처럼 공식적인 대화와 접촉 즉, ‘트랙 원(Track 1)’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트랙 투’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북 간 트랙 투 대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뉴욕 헌터대학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의 말입니다.

‘트랙 투’가 활성화 되려면 적합한 ‘트랙 원’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정부 간에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트랙 투’가 이를 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자고리아 교수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미-북간 ‘트랙 투’ 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 수준의 교류는 허용되지만 북한의 정책에 간여하는 고위급 관리들이 포함된 경우 미국 정부가 방문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자고리아 교수는 비자 문제 때문에 현재 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트랙 투가 활성화 되려면 남북한 간에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다양한 차원에서 ‘트랙 투’ 대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남부 조지아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인 박한식 교수의 말입니다.

“트랙 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면 트랙 투가 필요없지요. 트랙 투는 관계가 막혀 있을 때 필요한데, 그러니까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하려고 하면은… 그렇지만 그렇게 해야만이 문제가 해결 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어요…”

박 교수는 지난 94년 북한 관리들을 조지아로 초청해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게 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북 핵 위기 해소를 위해 미-북 민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워싱턴-평양 트랙 투 포럼'을 개최했었습니다.

전미외교정책협의회의 리즈 스테피 부국장도 ‘장기적’인 관계 구축과 이해 증진을 위해서는 트랙 투는 물론 트랙 원과 교육, 문화, 경제, 학술 교류 등 다양한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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