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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드 배치 비난, 비핵화 압박 회피 시도"


지난 2013년 9월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시험발사 장면. 사진 제공: 미 미사일방어청.
지난 2013년 9월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시험발사 장면. 사진 제공: 미 미사일방어청.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드 논란을 부추겨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을 모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기도를 노골화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 전략적 우세를 차지하며 압박해 보려는 미국의 책동을 강 건너 불 보듯 방치할 나라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보다 하루 전인 30일에도 미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다그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켜 온 주범은 미국이라고 강변했습니다.

한국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며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를 잇달아 비난하는 것은 ‘핵 이슈’를 ‘사드 이슈’로 전환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미-한-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이끌어내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입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아주대]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야기된 대북 제재 국면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구도로 국면전환을 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시키면서 이 갈등을 부추기면 부추길수록 북한한테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겁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도 북한의 비난은 사드 자체에 위협을 느껴서라기 보다는 중국과의 전략적 이해를 부각시킴으로써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대외 고립을 돌파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한반도 배치가 사실상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최근 들어 사드 배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데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6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것으로 한-중 간 신뢰에 심각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는 2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사드 배치 결정은 앞으로 러시아의 대외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려될 것이고 이런 결정이 한-러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견제와 압박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북한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연구위원 /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을 설득해서 대북 제재를 좀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한-미-일에서 좀더 발언을 조심하면서 저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니까 중국과 좀더 대화를 해서 전략적 이해를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도 중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미-중 간 전략게임에서 미국에 편승한 전략을 굳혔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도 이런 국면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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