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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북한 화폐개혁 1주년] 1. 개혁의 단행과 그 파장

  • 김연호

북한 정부가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 조치가 30일로 1년을 맞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고 화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적잖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화폐개혁 조치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특집방송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 화폐개혁의 경과를 정리해 드립니다.

17년 만에 이뤄진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국의 공식 발표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존 화폐와 새 화폐를 1백대 1의 비율로 맞바꾸는,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북한은 화폐개혁을 통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한 가구당 10만원까지만 새 화폐로 바꿀 수 있고, 30만원까지는 금융기관에 맡기도록 했습니다. 그 이상의 액수는 국가가 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화폐개혁 소식은 한국의 대북 매체들이 먼저 보도했고, 이어 중국의 `신화통신’은 평양발로 북한 외무성 관리가 평양주재 외교단에 화폐개혁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나흘 만에야 화폐개혁 단행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화폐 교환이12월 6일까지 진행된다면서 ‘새 돈을 발행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나왔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내각 결정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신보’는 북한 중앙은행 관리를 인용해 화폐 유통량을 줄이고 화폐 가치를 높이는데 화폐개혁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리는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원칙과 질서를 더욱 튼튼히 할 것이라며,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보유한 현금을 몰수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북한 측 인사와 연락을 하고 있다는 한국 내 탈북자 이숙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돈을 있는 대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몇 프로만 바꿔주니까, 돈이 다 무효가 되고, 사람들이 다 평민이 되고 말았죠.”

숨겨놓은 재산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이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로 돈을 바꾸기 위해 암시장에 몰리면서 환율이 크게 올랐습니다. 새 화폐 체제 아래서 물건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몰라 거래가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게다가 사재기가 극성을 부려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농산물을 제외한 시장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하고 장마당도 단속했습니다. 생활필수품은 국영상점과 배급을 통해 조달하도록 했습니다. 시장 물품의 국정 가격을 공시했지만 계속해서 가격이 폭등하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조치였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더 키웠습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화폐교환 한도액을 높이고, 국영기업에서 이른바 구제금 명목으로 1인당 5백원씩 지급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임금을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화폐개혁의 충격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습니다. 남포에서 10년 넘게 남북 합작기업인 평화자동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권 사장은 지난 2월 일본 `NHK

텔레비전’ 과의 인터뷰에서 화폐개혁 여파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물건들이 좀 부족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환율 상승이 12월에 비해 2~3배 높아진 것으로 봐서는 쌀값도 그만큼 올랐으니까, 현재로서는 인민들 생활이 어려워 보인다는 ...”

화폐개혁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북한 당국은 공산품과 생활필수품의 시장거래를 다시 허용했습니다. 화폐개혁과 함께 실시했던 외화 사용과 보유 금지 조치도 당국의 묵인으로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화폐개혁에 문제가 있었다는 북한 당국자들의 발언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자성남 영국주재 북한대사는 3월 중순 유럽의회의 한반도관계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화폐개혁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특히 단행 초기에 일부 실패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자성남 대사는 일부 관리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 부장을 총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습니다. 화폐개혁의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이 미치자 모든 책임을 박남기 부장에게 씌워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는 겁니다.

화폐개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북한경제는 3월 말부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한국의 대북 구호단체인 ‘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의 말입니다.

“물가가 쌀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60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월 하순경부터 점점 안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법륜 이사장은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을 다시 허용하고 쌀 값을 강력히 통제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4월 초 현재 시장물가와 환율이 하락 추세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만성적인 공급난으로 물가는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8월에 발생한 집중호우와 홍수로 인해 식량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이 같은 경제 난국 속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5월에 이어 8월 말 중국을 또다시 전격 방문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지린성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동북3성의 발전 방향을 본받아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동북진흥 전략을 더 잘 관철하여 조화롭고 전면적으로 발전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보다 큰 성과를 이룩하리라고 확신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동북 3성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북-중 간 경제협력은 눈에 띄게 강화됐습니다. 북한은 라선특구를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전담하는 국제무역지구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라진항을 이용해 화물선을 운항하는 협약을 중국 측과 체결했습니다. 중국도 동북지역 일대를 기반으로 한 ‘초국경 경제협력지구’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0월 말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북한이 화폐개혁을 통한 시장통제 조치를 취했지만 시장위축으로 식량과 생필품 부족, 물가급등, 시장환율 상승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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