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자 단체 어제와 오늘 II] 한국 내 탈북자 단체, 인권운동부터 탈북자 정착 지원까지


1990년대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한국 내 탈북자들의 수가 곧 2만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더불어 한국 내에서 탈북자들이 스스로 만든 민간단체들도 그 수가 늘어 현재 수 십 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네 차례로 나눠 ‘탈북자 단체들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한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탈북자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 상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5월20일 천안함이 침몰한 서해 백령도. ‘무력도발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풍선이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12m 길이의 원통형 풍선에는 천안함 사고 내용이 담긴 전단 50만 장과 대청해전 동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전하는 이 전단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라는 한국 내 탈북자 단체가 보내는 것입니다. 이 단체가 지난 7년 간 북한에 날려 보낸 전단은 모두 3천만 장에 이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2만 명이 되면서 탈북자 단체들의 활동이 활기를 띠고 영역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의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탈북자 단체는 모두 30여 개로, 이들 단체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북한 민주화 운동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북한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북한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이 만든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해 요덕수용소 수감자 2백 명의 명단을 공개해, 정치범수용소의 실체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이들은 한국 내 시민단체들과도 연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과 짝을 이루는 것은 폐쇄된 북한사회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대북 방송입니다.

4년째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을 운영 중인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대북 방송 청취율이 높아지고 있어 북한사회 밑바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 선전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당국의 정책이나 선전에 대해 비웃거나 무시하는 등 북한 내부에서 단파 라디오 방송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탈북자동지회 홍순경 회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주민의 인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대북정책을 감시하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등 해외로 나가 비밀리에 탈북을 지원하는가 하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현지 탈북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항의 집회를 열어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유엔의 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붙잡혀 가고 어느 마을에 가나 탈북자 없는 사람이 없어요. 중국에. 그 큰 땅 덩어리에 작은 심심산골에 이르기까지 탈북자 없는 데가 없어요.”

어렵사리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것도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탈북자 단체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탈북자들에게 취업을 알선하거나, 기업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여성 탈북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탈북 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단체도 생겼습니다.

탈북여성인권연대 강수진 대표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 모이다 보니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 일방적인 직접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단체의 북한 정보수집 활동은 최근 들어 주목 받기 시작한 활동입니다.

NK지식인연대는 북한사회의 실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전문직 탈북자들의 학술단체입니다.

이들은 북한 내부로부터 입수한 소식을 전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여는 등 북한 관련 연구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한국 정보 당국과 학계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탈북자 단체들은 어느덧 ‘이방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활동 방법을 둘러싼 논쟁으로 단체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탈북자 단체들이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북한 망명정부 수립 같은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탈북자 단체들 내부에서도 ‘탈북자 2만 명’ 시대를 맞아 자신들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