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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3. 샤프 전 사령관 “미한연합군, 북한 급변사태 대응계획 있어”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자료사진)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자료사진)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로부터 미군의 한반도 전략과 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월터 샤프 전 사령관과의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샤프 전 사령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해 유엔군사령관 겸 미한연합사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사령관께서 주한미군을 지휘하고 계실 때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습니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이 가장 먼저 어떤 조치를 취했는 지 듣고 싶습니다.

답) 우선 상황을 파악한 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미-한 전력이 철저한 공조 하에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군 뿐 아니라 외교적, 정치적으로도 유기적으로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한국 당국자들과도 긴밀히 협조했죠. 그런 단결된 행동이 북한에 강한 신호로 전달됐고, 추가 도발을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문) 그런 사건들을 겪으시면서 남북한 양쪽의 전력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관찰하셨는데요.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답) 한국의 군사력은 막강합니다. 육,해,공 합동전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주한미군 전력까지 더해 더욱 강하고 현대적인 군사 역량을 갖췄습니다. 북한의 전력은 낙후됐지만 병력 수가 매우 많고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배치돼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공격을 분명히 막아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측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 병력 규모 외에 북한 군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시나요?

답) 핵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특수군 양성, 이렇게 3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한 양국의 전력이 훨씬 우수하긴 하지만 북한이 한국에 대한 파괴력을 지닌 건 분명하기 때문에 미-한 연합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야 합니다.

문) 방금 말씀하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 걸로 판단하고 계시나요?

답) 심각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또 지속적인 투자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개발도 계속하고 있구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섰지만 이런 방향을 되돌릴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중단시킬 지 우려스럽습니다.

문)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관련해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5년 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10년을 잡았었는데 왜 갑자기 5년으로 줄었을까요?

답) 북한이 비대칭전력 증강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가까이 거기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그래서 그 목적을 당초 계획 보다 빨리 달성할 걸로 본 겁니다.

문) 북한의 바로 그런 핵.미사일 능력 때문에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진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엔 여전히 부정적이신가요?

답)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은 재래식 능력과 핵 타격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고 운용하는 게 더 유용하고 실용적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되니까요.

문) 미국의 타격 능력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실제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라는 말씀이십니까?

답) 미-한 연합전력은 상당수의 북한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모든 기지를 무력화시키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한 연합군은 북측 미사일 일부를 요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동형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것까지 찾아내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아군이 모두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미-한 연합군이 결국 승리하겠지만 그 와중에 북측이 한국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문) 그럼 좀 더 방어적 측면에서 북한 군이 비무장지대를 넘어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 그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오랫동안 해 왔고 전방에 배치된 한국 군 전력도 매우 우수합니다. 또 비무장지대엔 수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구요. 북한이 전면적으로 공세를 취해온다면 한국에 큰 피해를 입히겠지만 서울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문) 반대로 북한 정권 붕괴와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시나요? 워낙 논란이 많은 계획이라는 걸 잘 아실 겁니다.

답) 모든 전시 상황을 가정해 대비를 해 왔습니다. 북한 정권 붕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미-한 연합군은 적당한 규모의 병력을 적당한 장소에 보내 급변 상황에 대처할 겁니다. 이 계획의 구체적인 부분까진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미군의 역량은 지상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공군과 해군, 해병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문) 급변사태까진 아니지만 최근 북한은 권력승계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추가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답) 김정은이 뭘 생각하고 계획 중인지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그는 부족한 경험을 지금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군이 실제보다 더 강하다고 믿는 반면, 미-한 동맹이 이 정도로 굳건한 지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주민들의 희생과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다른 선택의 길도 열려 있습니다. 그가 선군정치 대신 인권을 중시하고 개방의 길로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깨닫기 바랄 뿐입니다.

문) 그런 와중에 미국은 새 국방전략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새 지침은 국방예산 감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군의 한반도 전력에 차질을 빚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떤 영향을 줄 걸로 보시나요?

답)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모두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게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훈련은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해선 북한의 위협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선 강력한 미-한 동맹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하고 있구요. 따라서 미국이 동북아 지역 우선정책을 계속 펴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문) 국방비 감축 수준이 현재 예상치보다 5천억 달러가 더 줄어도 그럴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답) 거기엔 변함이 없습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과 리언 파네타 현 국방장관은 어떤 전략을 우선시하고 거기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느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덜 중요한 부문에 드는 비용은 잘라낸 거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안정은 가장 우선시되는 전략입니다. 설령 국방비가 추가로 줄더라도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미군의 방어 공약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를 들으셨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미군의 한반도 전략을 전 주한미군사령관들로부터 들어보는 기획보도, 오늘 순서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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