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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문제 유엔 제기, 긍정적”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저지를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기독교 사회책임과 탈북동포회 회원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저지를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기독교 사회책임과 탈북동포회 회원들.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에 제기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고 있는데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탈북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다루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문) 우선, 한국 정부는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할 예정이지요?

답)네, 그동안 한국은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주로 한-중 외교관계 차원에서 다뤄왔는데요. 한국 외교부는 어제 (21일) 강제북송 문제를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한국 정부가 기존의 ‘조용한 외교’에서 탈피해 국제무대에서 탈북자 문제를 좀더 적극적으로 다루겠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한국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최근 억류된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이 임박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봐야겠죠?

답)그렇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8일부터 18일 사이에 탈북자 34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탈북자 인권단체들은 이들의 강제북송이 임박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문제의 열쇠는 중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중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중국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외교부의 홍레이 대변인은 탈북자들을 “경제 문제 때문에 중국에 넘어온 불법 월경자”로 규정하면서, “따라서 이들 월경자들은 난민이 아닐 뿐더러 유엔을 통해 논의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문)그러니까, 중국은 탈북자들이 정치적 망명자나 난민이 아니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범죄자이기 때문에 다시 북한에 돌려 보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이런 중국의 입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그같은 주장은 ‘절반만 맞는 얘기’라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 로버타 코헨 객원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브루킹스 연구소 로버타 코헨 객원 연구원] “THEY ARE NO LONGER ECONOMIC MIGRENT…”
로버타 코헨 객원 연구원은 북한 주민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나올 때는 난민이 아닐지 모르지만 탈북자들이 북한에 북송될 경우 처벌과 학대를 받기 때문에 난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문)강제북송 될 경우 처벌과 학대를 받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난민이고, 따라서 북송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인데,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이 국제협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죠?

답)네, 중국은 유엔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데요, 이 협약에는 ‘고문 받을 위험성이 있는 타국으로 추방하거나 돌려보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는 것은 중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입니다.

문)탈북자의 신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 같은데요, 유엔은 탈북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습니까?

답)유엔은 중국 내 탈북자를 ‘사실상의 난민’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등을 의식해 탈북자를 ‘난민’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엔난민협약에 근거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유엔의 마루즈끼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 보고관도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될 경우 자유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송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문)미국은 중국 내 탈북자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답)미국 역시 중국 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보고 이들을 강제북송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한 이래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어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논평을 통해 탈북자들을 난민 또는 `망명 희망자’로 표현하면서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중국을 제외하고는 탈북자들을 강제송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입장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되고 있나요?

답)네, 탈북자 단체들을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자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탈북자 단체인 재영조선인협회 김주일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재영 조선인 협회’ 김주일 김주일 사무총장]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경을 한층 단속하고 탈북자들의 탈북 유출을 막아서 체제안정을 꾀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김정일 정권보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 끝으로, 한국이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조용한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 벽에 부딪쳤을 때는 강제북송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제기해 강제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중국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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