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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취재] 그치지 않는 김정일 숭배


김정일 위원장 동상제막식에서 눈물 흘리는 여성 안내원.

김정일 위원장 동상제막식에서 눈물 흘리는 여성 안내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평양은 여전히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특히 전세계가 김정일 위원장을 숭배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지난 달 북한 취재를 다녀온 백성원 기자가 현지인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지난 달 평양은 김일성 주석의 1백 회 생일을 축하하는 명절 분위기로 달아올랐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까지 겹쳐 도시 전체가 연일 기념행사로 떠들썩 했습니다.

[녹취: 김일성 주석 1백 회 생일 기념 대공연]

음악이 울려 퍼지고 박수 소리가 요란했지만 한 구석엔 언제나 어두운 표정을 짓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모습이 비쳐지거나 그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어김없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녹취: 기자] “왜 우시는지 좀 말씀해 주세요.”

[녹취: 평양 시민] “수령님 탄생 1백 돌이 얼마나 뜻깊은 계기입니까? 우리 장군님 이 날을 위해서…이 날을 보지 못하시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난 지난 달 13일 저녁은 고스란히 김정일 위원장에게 바쳐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만수대 언덕 김일성 주석의 동상 옆에 김정일 위원장의 동상이 나란히 들어섰습니다.

[녹취: 기자] “왜 그렇게 눈물이 나셨어요?”

[녹취: 평양 시민] “경애하는 장군님을 만나뵙는 것 같고 한평생 우리 인민을 위해 다 바치신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동상을 이제야 모시는 것이 자식된 효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울었습니다.”

도시를 온통 김정일의 사진과 훈시로 가득 채워놓고도 평양에선 이렇게 사망한 지도자에 대해 죄스럽다는 반응 일색입니다.

절대권력을 누리며 인권을 유린한 지도자였다는 게 외부의 평가지만, 평양의 북한 주민들은 그가 자신의 건강을 해쳐가며 인민을 위해 희생한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평양 시민] “늘 그저 인민군 전사들 속에 계시면서 걷고 걸으셨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린 인민들이 장군님을 좀 편안하게, 하루라도 좀 쉬었으면 이렇게 가슴 아프지 않겠다고, 너무도 자신을 헌신했다고, 인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누구에게 물어봐도 김정일 위원장이 평생 고생만 하다 간 부모 같은 존재라는 반응 외에 다른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 체제로 권력 승계가 마무리됐지만 평양엔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어떤 사업장과 생산 현장을 가도 이미 세상을 떠난 지도자의 지시를 붙들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 마지막 현지지도 장소가 된 ‘하나음악정보 센터’는 그래서 이제 성지나 다름 없습니다. 이 곳에 근무하는 이진주 사서의 말입니다.

[녹취: 이진주, 하나음악정보센터 사서] “보통 인간이라면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그런 중병에 계시면서도 우리 인민들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그날 우리 장군님께서 여기에 마지막 사랑의 자욱을 남기셨습니다.”

다른 직원에게 다가가 물어도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현지지도를 묘사하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똑같습니다.

[녹취: 하나음악정보센터 직원] “보통 사람이라면 정말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그런 형편이셨는데도 자신의 몸을 가까스로 유지하시면서 겨우 겨우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북한 뿐아니라 전세계가 김정일 위원장을 숭배하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진주, 하나음악정보센터 사서] “온 세계 진보적 인류가 우리 장군님의 서거에 그토록 비통해하며 그토록 뼈아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영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심, 자기 영도자를 잃은 그 비통한 뼈아픈 슬픔을 알려거든 조선에 가 봐야 한다고 세계 언론계가 말했다는 걸 전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4개월 넘게 지난 지금 북한에서는 태양절을 기점으로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당.정.군 권력을 모두 거머쥐고 자신의 시대 개막을 알렸지만, 평양은 여전히 상중이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백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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