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NPT 평가회의, 탈퇴조항 놓고 격론

  • 김연호

NPT 평가회의, 탈퇴조항 놓고 격론

NPT 평가회의, 탈퇴조항 놓고 격론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조약 탈퇴 문제를 놓고 참가국들 간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탈퇴 이전에 저지른 조약 위반 행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의 리브란 카박툴란 의장은 지난 24일 ‘최종 선언’ 초안을 참가국들에 회람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조약 탈퇴 문제는 지난 14일 제출된 제3분과위원회의 의장보고서 초안이 대부분 반영됐습니다.

‘최종 선언’ 초안은 핵확산금지조약 10조에 명시된 대로 조약 탈퇴가 주권 사항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국가이익이 위태롭게 되는 비상시에만 조약 탈퇴가 허용되고 탈퇴 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조약 10조는 탈퇴를 원하는 국가가 3개월 전에 다른 모든 조약 서명국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탈퇴 의사와 사유를 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의 탈퇴조항을 재확인하는 데는 별다른 의견 차이가 없지만, 탈퇴 이전에 저지른 조약 위반 행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해서는 참가국들 간에 여전히 격론이 벌어지고 있어 ‘최종 선언’초안이 그대로 채택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초안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관련 내용을 괄호로 묶어 놓았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사무처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의 폐막 이틀 전인 26일 현재까지도 ‘최종 선언’초안 내용을 놓고 참가국들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등은 탈퇴 조항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지난 2003년 조약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 서명국 가운데 유일하게 탈퇴를 선언한 사실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악용 사례를 그대로 둘 경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역시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은 채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탈퇴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조약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비동맹회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약 탈퇴는 주권국가의 권리인 만큼 여기에 제약을 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재클린 샤이어 선임연구원은 탈퇴 문제가 다른 의제들과 얽혀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엔본부에서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를 참관하고 있는 샤이어 연구원은 이번 평가회의 참가국들이 여러 의제들을 연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탈퇴조항에 관한 최종 합의는 중동 비핵지대 창설과 국제원자력기구 추가의정서 등에 관한 협상 결과에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비동맹회의 국가들은 중동 비핵지대 창설에 미국이 협조하지 않는 한 조약 탈퇴 문제에 대해서도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종 선언’초안은 국제법상 조약 탈퇴국은 탈퇴 이전에 발생한 조약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탈퇴 이전에 다른 가입국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조약상 권리와 의무, 법적 관계 역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는 핵 물질의 군사전용을 막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안전 조치와 관련된 사항들도 포함됩니다.

탈퇴 절차의 개선 방안과 관련해 초안은 유엔 헌장상 안전보장이사회에 주어진 책임을 재확인한다고 밝히는데 그쳤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약 탈퇴 의사를 통고 받을 경우 지체 없이 이를 검토하라고 촉구한 제3분과위원회의 초안보다 한발 물러선 겁니다.

다만 탈퇴 의사를 통고 받은 다른 모든 조약 서명국들 역시 이를 함께 검토하기 위해 즉시 협의에 들어가고 지역 차원의 외교도 지원돼야 한다는 내용은 분과위원회 초안과 같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