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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 "38 노스, 위성 분석 통한 정확한 북한 정보 전달에 주력"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미-한 연구소 초빙연구원 (자료사진)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미-한 연구소 초빙연구원 (자료사진)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위성 관측 등 과학적 수단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동향을 분석해 북한 관련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38 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미-한 연구소 초빙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추측이 난무한 북한 문제에 실질적 정보를 주입하기 위해 북한의 경제와 재래식 전력에 대한 관측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트 연구원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38 노스’의 분석이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고 정부 브리핑 자리에서도 거론되곤 합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조엘 위트) 이 웹사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북한을 방문해 그들과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거나 오랫동안 북한을 분석한 전문가들을 초빙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의 주요 시설을 위성으로 관찰한 결과를 내놓는 것도 ‘38 노스’의 독특한 점입니다. 현장의 동향을 찍은 위성사진을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함으로써, 추측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거죠.

기자) 처음부터 위성사진 분석을 염두에 두고 웹사이트를 개설한 건가요?

조엘 위트) 처음엔 일반적인 분석 글을 싣다가 어느 시점엔가 위성사진 판독 결과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38 노스’가 물론 위성사진 분석을 처음 시작한 건 아닙니다. 위성 촬영을 근거로 다른 사안이나 다른 나라의 핵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웹사이트들이 이미 존재했지만 저희는 초점을 북한 쪽으로 돌린 겁니다.

기자) 북한을 상당히 과학적인 방식으로 관찰하는 건데요. 그런 과정을 통해 북한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습니까?

조엘 위트) 위성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곳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하며 핵 물질을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시설들입니다. 따라서 해당 시설을 관찰함으로써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련 프로그램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프로그램들의 성공 여부를 점칠 순 없지만 적어도 북한의 목적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관측 지역과 시기를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세부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조엘 위트) 새로운 시설을 관측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동안 집중적으로 관찰해 온 몇몇 지역을 계속 주시합니다. 위성업체들이 촬영한 사진 목록을 지리좌표체계에 따라 죽 지켜보다가 해당 지역의 최근 사진을 발견하면 구입하죠. 사진들을 경험 많은 전문가들에게 넘겨 분석을 의뢰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기자) 위성업체들이 내놓는 사진들마다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엘 위트) 예, 촬영 날짜나 해상도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떨 땐 구름이 해당 지역을 가려 사진을 쓰지 못할 때도 있고요. 위성업체들이 찍은 사진들에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시설들을 관찰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조엘 위트)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다를 게 없습니다. 위성 분석가들이 꼭 북한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대신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장을 전문적을 본다든지 원자로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든지 하는 각자의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하지만 북한 시설들을 찍은 위성 사진을 통해 비교적 정확한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 등 국가 차원의 분석력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정부는 아무래도 더 우수한 장비로 한층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겠죠?

조엘 위트) 제가 2002년 정부를 떠난 뒤 지금은 어떤 식으로 관찰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현재 상업용 위성을 통해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 2002년 기밀로 분류됐던 위성사진 만큼 우수합니다. 물론 정부가 더 양질의 사진들을 확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는 위성사진을 간간이 입수하지만 미국 정부는 위성을 직접 운용해 뭔가 움직임이 감지되는 시설을 집중 관측할 수 있죠. 가령 풍계리 핵 시설 조짐이 심상치 않을 경우 미국 정부는 이 곳을 매일, 하루 두세 번씩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상업용 위성은 소유업체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 ‘38 노스’의 분석이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 거론되기도 하는데요. 혹시 자체 관측 결과에 대해 미 정부 관리들과 논의하기도 합니까?

조엘 위트) 그런 적은 없습니다. 우리의 분석이 항상 맞아 떨어진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꽤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위성사진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이 내놓는 무수한 추측들보다는 위성 관측 분석을 통해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미국 정부가 상업용 위성사진의 해상도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50cm 급에 묶여 있던 해상도를 최대 25cm급까지 찍을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북한 시설 감시가 더 쉬워지지는 않았습니까?

조엘 위트) 그로 인한 혜택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더 높은 해상도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진 않습니다. 가령 주변 식물이 타 들어간 정도를 보고 로켓 엔진 실험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해상도 규제 해제가 이런 변화를 인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얘깁니다. 오히려 그 보다는 구름에 가려진 지역의 동향까지 관측할 수 있는 상업용 위성 기술의 발전이 더 중요합니다. 미국 정부는 분명히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겁니다.

기자) ‘38 노스’의 위성 관측 보고서를 읽다 보면 특히 해당 동향의 의미나 중요성과 관련해 위트 연구원님의 “집필 흔적”을 발견하곤 합니다. 분석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하시는지요?

조엘 위트) 매우 깊이 관여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제가 위성사진 목록을 매일 들여다보는 건 아닙니다만, 일단 분석 작업에 들어간 뒤 최종 편집을 거쳐 결론에 이르게 되면 제가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 제가 위성사진을 기술적으로 해독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분석 결과를 읽고 이를 미세조정하는데 도움을 주죠. 특히 결론 부분에서 제 역할이 커지는데요. 우주에서 찍은 사진에 지나치게 의존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기자) 북한의 중요 시설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언론보도, 혹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조엘 위트) ‘38 노스’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시설 뿐아니라 다른 영역의 위성 관측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우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북-중 교역과 관련 있는 주요 경제 시설을 이미 관찰한 적 있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관측에도 관심이 큽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대부분 추측으로 가득찬 북한 문제에 “실질적인 정보”를 주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분야에 오래 종사하면서 북한에 대한 “추측”에 질렸습니다. 그런 추측이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분명한 그림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그런 분석에 “정보”를 주입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38 노스’는 바로 그런 작업을 하려는 겁니다.

기자) 여전히 북한과의 반관반민 회담 등에 초청 받고 계신데요. 북한 관리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가요?

조엘 위트) 여전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관리들이 저와 ‘38 노스’에서 하고 있는 일을 존중한다고 보고요. 저는 그들을 오랫동안 알아왔고, 역시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아주 반대하고, 그들의 늘어나는 핵무기 보유량에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말이죠. 북한으로부터 존중 받기 위해 그들의 동조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강경론자들에게도 호감을 갖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북한이 저를 포함한 전직 관리들과도 접촉을 줄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극도로 악화된 미-북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관리들이 연락을 많이 줄였나 보군요?

조엘 위트)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봄 (북한의 붕괴를 언급한) 오바마 대통령의 (유튜브) 연설과, 비슷한 시기 미국이 북한의 대화 신호를 거부한 시점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으로선 반관반민 회담도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기자) 앞서 북한이 미국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을 8월 중 평양에 초청했다는 소문이 돌았었고 거기 초청 받으신 걸로 들었는데요.

조엘 위트) 예. 북한 당국이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그런 행사를 계획했었는데 저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제가 아는 다른 미국인 전문가들도 초청을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광복절 기간에 저희를 불러 자신들 선전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기 무척 불편한 행사였습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미-한 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부터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영 방식과 분석 방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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